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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어둠의 속도 본문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푸른숲.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cpe 교육을 받는 중에 읽어서 그런지
오가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너무 많이 했다.
어제 면담에서도 한 말인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여러 부분의 하나일 뿐이고
그 중 하나를 골라 말했을 뿐 나의 전부는 아니다.
감정과 생각이 많다는 것이
곧 그것에 잠식당한다거나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들에 취약하다는 말도 아니다.
그래, 책을 읽으면서도 이 생각을 많이 했다.
작은 실마리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눈치챌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을 확대해석하는 태도는 불편하기만 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그 '비정상적인' 기준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큰 세상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너무 작은 것들에 사로잡혀 있다.
언젠가 캠핑을 갔던 연수원에서 수영장에 물을 받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수영장을 이물질이 하나도 없이 깨끗하게 유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물질을 걷어낸 후에
수시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면
넘치는 물에 쓸려 이물질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책을 덮으며 그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사는 것도 이런 건지 몰라.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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