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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본문

雜食性 人間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나 뿐인 마음 2024. 1. 19. 08:46

 

하미나 지음. 동아시아.

이해받지 못했던 여성 우울증에 관한, 작가의 개인 체험과 자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용기 있는 이들의 인터뷰로 엮어진 책. 말할 용기를 북돋고, 스스로 용기를 내고, 들어주고, 들려주는 이 다정하고 절박한 행위가 얼마나 우리들을 살게 하는지...

 

때론 이들이 겪은 우울에 공감하기도 하고, 돌보는 사람의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많이 아파하며 읽었다. 나 역시 설명할 길이 없고 빠져나올 수도 없던 그 짙은 어둠의 시간을 겪었었기 때문이다. 그저 잠시라도 멈춰지기만을 바라며 숨만 겨우 쉬던 때, 내가 시작한 적도 없는 그 시간을 내가 마칠 수도 없었던 , 내 인생에 내가 없던 절멸의 시간을 통과한 것은 끝까지 내 곁을 지켜낸 이들 덕분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나는 지금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이해받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닌가.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주는 사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자칫하면 돌봄은 지배로 이어질 수 있다."

"돌봄은 어렵다.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어렵다. 평생 독립된 인간이 되라고 배워 왔는데 타인에게내 삶의 일부를 의존하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어렵다. 호혜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내가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서 혹은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서 어렵다. 돌봄은 또한 침범이라서 어렵다. 돌보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에 관여 해야만 한다. 선을 넘는 순간이 생긴다. 어디까지가 돌봄이고 어디서부터 폭력일까. "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설명을 얻기를 원한다. 서울 안에서도 가난한 지역일수록 동네 주변이 점집이 많다.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서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대신 자꾸만 대안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은 전문적인 의료적인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불가능하거나 그 안에서 자꾸만 억울한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픈 사람은 낫는 것 외에 모든 열망을 좌절당한다고 했던 지연의 말을 기억한다."

"만약 병원에서 충분히 존중받는다고 느꼈다면 그 안의 지식을 통해 내가 아픈 상태로도 더 오롯이 존재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랬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고통을 해석할 자원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우리에 의해서 다시 쓰이고 말해지고 발견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최초의 고통이 유발된 지점일 것이다."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설명을 얻기를 원한다. 서울 안에서도 가난한 지역일수록 동네 주변이 점집이 많다.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서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대신 자꾸만 대안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은 전문적인 의료적인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불가능하거나 그 안에서 자꾸만 억울한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픈 사람은 낫는 것 외에 모든 열망을 좌절당한다고 했던 지연의 말을 기억한다."

"만약 병원에서 충분히 존중받는다고 느꼈다면 그 안의 지식을 통해 내가 아픈 상태로도 더 오롯이 존재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랬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화를 낸다거나 왜 그랬냐고 답답함을 토로한다거나 뭔가를 가르치려드는 경우에는 그 사람을 감시자로 보게 돼요. 반대로 굉장히 침착하게 대처를 한다거나 ‘그래도 나는 너를 믿어.’라는 걸 변함없이 보여줄 때 이 사람은 저의 보호자가 돼요."

"내가 우울하고 미친 인간이기만 할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느라 아팠던 것을 약함의 증거로 삼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나 열심히 싸워오지 않았나. 어쨌든 이렇게 살아있지 않은가."

"일단 잘 못하겠으면 미안하다로 말을 시작하는 거예요. 나는 너를 막을 수밖에 없다. 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두번째 팁은 평소의 그 사람과 자해하려는 그 사람을 분리하는 거예요. 제가 지금 물리쳐야 하는 사람은 자해하는 00이지만 물리치기 전에 보호해야 하는 00가 있고 먼저 그 00를 보호부터 해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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