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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1,1-18 그가 물러선 것은 오직, 예수를 앞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나해 대림 제2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마르 1,1-18 그가 물러선 것은 오직, 예수를 앞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나해 대림 제2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3. 12. 18. 22:26
대림 제2주일에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이’, ‘그분의 길을 곧게 내는 이’로서 마르코 복음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데요, 이번 주는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며 세례자 요한에 대해 묵상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춥고 메마른 땅 광야에 홀로 살면서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른 채 메뚜기와 들꿀만을 먹고 살 만큼 강단이 센 사람. 아니다 싶은 사람에겐 가차 없이 독화살 같은 말을 쏘아대기도 했고 예수와 버금가는 세력(당대엔 더 큰 무리의 제자를 두었다)을 오랫동안 유지할 만큼 권력형 사람. 예수 출현 이후 스스로 물러나 광야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끝까지 가장 큰 '목소리' 역할을 한 사람. 초야에 묻혀 사라지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 광야에서도 자신이 외치는 소리를 들리게 한 사람. 지나쳐 보일 정도로 금욕적 삶을 살아 무척 강하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가진 곧고 옳은 칼 같은 사람. 세상 권력엔 자신을 굽히지 않았기에 헤로데에게 직언을 서슴치 않았고 헤로디아의 복수를 받을 줄 알았으면서도 그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가 물러선 것은 오직, 예수를 앞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의 길을 내기 위해 무대에서 내려와 광야로 갔으며 측근 제자들마저 그분께로 보냈습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을 때도 그는 행동했습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마르 1,7) 나도 모르게 늘 순서 매기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큰 묵상거리를 줍니다. 왕에게조차 자신을 굽히지 않았지만 예수 앞에선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낮추며 받들었던 세례자 요한. 성당에 다니면서,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예수님이 오실 길을 마련하면서, 그분보다 나를 앞세우려는 마음을 나도 모르게 품지는 않았는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계시다는 걸 잊고 내 능력이 돋보이길, 앞서 가는 내가 더 드러나길 바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예수님을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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