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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어둔 밤 본문

雜食性 人間

어둔 밤

하나 뿐인 마음 2023. 2. 7. 22:33

십자가의 성요한 지음. 최민순 옮김. 바오로딸.

내가 어둔밤을 통과하고 있는 줄 알았기에 더듬어 찾아내듯 이 책을 찾았다. 어둔밤… "하느님께서는 영혼들을 어두운 밤에다 두셔서 이 모든 불완전을 깨끗이 씻기시고 앞으로 이끌려 하시는 것이다."라는 십자가의 성요한의 말에 위로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내 고민은 아직도 초심자의 어리석음일 뿐. 이 책을 읽은 지금의 나가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조금은 아프지만, 어쩌면 속시원히 하느님 앞에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둔밤이 아니라 내맘대로 숨어든 어둡고 서늘한 구석일 뿐이었구나 싶지만, 이 한심함과 부끄러움마저도 하느님께 드릴 수 있겠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어둔밤마저도 내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마련하신 길에서 그저 당도하게 되는 것이고, 그분의 힘으로 통과하게 되는 것이리라.

일부러 영적 독서 시간에 성당에 앉아서만 읽었는데, 책 읽는 내내 도망칠 데가 없었다.


p.27
"하느님께서는 영혼들을 어두운 밤에다 두셔서 이 모든 불완전을 깨끗이 씻기시고 앞으로 이끌려 하시는 것이다."

p.28
"어떤 사람들을 보면 마치 노리개를 찬 어린애처럼 아뉴스 데이와 성해와 유물 등으로 몸을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기서 나쁘다는 것은 마음의 집착이다. 성물의 형이나 양 및 진귀함에 애착하는 그 마음씨이니, 영의 청빈에 아주 어긋나기 때문이다. 청빈은 신심의 본질을 볼 따름, 그에 필요한 것만을 이용하므로 이상야릇하고 잡다스러운 것에는 질리고 마는 것이니, 진정한 신심이란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영스러운 것을 상징하는 무엇의 본질과 진리에만 있어야 한다. 이밖의 모든 것은 집착이요 허욕일 뿐이니 완덕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욕념을 다 없애야 한다."

p.28
"초심자들 중 많은 이들은 때로 영적 탐욕이 많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내리시는 얼이 욕심에 차지 않는 까닭인데, 영성에서 찾던 위로가 없을 때, 그들은 슬퍼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들 대부분이 영성적 의견이나 계명을 듣고 배우느라, 그러한 책들을 많이 사들이고 읽느라 여념이 없고, 이에 시간을 허비하는 통에 마땅히 해야 할 제욕(制慾)이나 영의 청빈과 같은 완전함은 닦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성화나 로사리오가 진귀하다 싶으면 잔뜩 모아들여서 버렸다가 가졌다가 바꿨다가 돌렸다가 하고, 금세 이런 형이 좋았다가 어느덧 다른 형을 마음에 들어 하니, 가령 모양이 더 이상하다는 이유 때문에 저 십자가보다 이 십자가에 집착한다."

p.36
"영성인들 가운에 어떤 사람들은 영적 분노의 다른 종류에 빠지는데 그들은 다른 사람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어 남의 잘못을 보면 성내지 않고 못 배기는 성미다. 그런지라 성화같이 남을 꾸짖으며 성깔을 부리는가 하면 더러는 자기가 성인인 것처럼 그런 짓을 하는 때가 있으니 이는 다 영적 온유를 거스르는 것이다."

p.37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불완전함을 보았을 때 겸손은커녕 자기 자신이 못 견디게 미워서 성을 내는데, 그 참지 못하는 정도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단 하루만에 성인이 다 되고 싶어할 정도다. 그들의 결심은 많기도 하고 엄청나기도 하다. 그러나 겸손하지 못하고 자신을 믿는 그들이라 결심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치 더 떨어지고 성을 내고 참을성이 없어서 하느님께서 보아주실 때를 기다리지 못한다."

p.39
"제 마음 제 멋을 하느님으로 믿고 사는 사람들이라 이를 앗아서 하느님의 뜻과 바꾸어놓으면 그 즉시로 슬퍼하고 맥이 빠지고 까라진다. 이들 생각으로는 자신이 기쁘고 만족한 것이 바로 하느님을 섬기고 당신께 만족을 드리는 일로 안다."

p.41
"참다운 신심이란 자기를 믿지 않고 오직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생각 하나로 인내와 겸손으로 무미한 속을 끝까지 버티는 데에 있는 법니다."

p.57
"기도할 때 생각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차라리 딴일을 하는 게 낫다고 여겨질지 몰라도, 그저 꾹 참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p.151
"아! 영스러운 영혼아, 네 욕구가 어두워지고 네 애호가 메말라 죄어지고 네 능력들이 어떠한 마음공부도 할 수 없으리만큼 무능한 때가 있거든 그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행복으로 알라. 하느님께서 저 자신에게서 너를 해방시키시고 네 가진 바를 네 손에서 거두심이니 네 힘으로는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손이 부정하고 더럽기 때문에, 지금처럼 충분히 완전하게 또 안전하게 일하지 못하리라. 이제는 하느님이 네 손을 잡으시고 마치 장님을 이끄시듯 어디로 해서 어디로 가는지 너도 모르는 캄캄한 속을 이끌어주시니 네 눈과 발을 가지고는 아무리 잘 간다 해도 길을 가늠하지 못하리라."

p.151
"영혼이 이같이 캄캄한 속을 갈 때, 든든할 뿐만 아니라 얻으며 큰 보탬이 되는 까닭은 이러하니, 즉 보통으로 영혼이 가장 깨닫지 못할 적에 새로운 진보와 향상을 하는 것으로서, 이제 나는 죽었구나 하는 그런 때가 으레 향상하는 때라는 것이다."

p.192
"영혼이 하느님과의 사랑의 합일에 가려면 우선 바뀌어지고 다스려지고 고요해져야 하는 것."

p.194 ~ p.195
"첫째 이 관상의 복된 밤에 하느님께서 영혼을 홑지고 그윽한 관상으로 인도하시는데 이것이 얼마나 감성과는 거리가 먼지, 사랑의 합일의 길에 영혼을 방해하고 넘어뜨릴 만한 어느 피조물의 접촉이 없고 감각에 딸린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말한다.
둘째 특성은 이 밤의 영스러운 어둠에 있으니 여기서는 영혼의 윗 부분의 모든 능력이 캄캄한 속에 있으므로 영혼은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하느님께 가는 길에 그는 하느님 아닌 어느 것에도 멈추지 않으니, 이미 형과 상과 자연의 지각에 구애를 받음이 없이 자유로운 몸이 된 까닭이다. 이런 것들이 영혼을 방해하여 항상 하느님의 것으로 당신과 결합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셋째 특성은 이것이니, 영혼이 비록 이성의 어느 특수한 안엣 빛을 빌리지 않고, 이 드높은 길에 저 이상의 빛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어느 밖엣 빛을 힘입지 않더라도 - 캄캄한 어둠으로 말미암아 빛을 다 잃었으므로 - 그래도 홀로 사랑만이 그때에 불타고 있어 마음을 부추기어 사랑하는 님을 찾게 하니, 사랑이야말로 그때 영혼을 움직이고 인도하는 것, 그 사랑이 영혼을 제 하느님께 고요의 길을 거쳐 날아가게 한다. 영혼은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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