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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저주토끼 본문

雜食性 人間

저주토끼

하나 뿐인 마음 2022. 5. 8. 20:02

정보라 지음. 아작.

읽을 때도 그랬고, 읽고 난 후에는 더욱 더 그랬다. 그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잔혹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두려워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자꾸만 생각했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저주토끼)이듯 예쁘게 만들어진 이 책이 나를 자꾸만 생각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적어도 무엇이 잘못인지, 나의 잘못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이 세상이나 내 주위에 있는 누군가는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내가 누리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 수도 있다는 걸, 무심코 살아가도 무언가에 기대고 무언가에 자국을 남기며 산다는 걸... 자꾸만 후회가 내 발목을 잡는다.

바꾸자,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다. 나의 욕심이 누군가에게는 사무치는 한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근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코 아니다.


p.9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저주토끼’ 중에서)

p.127
"어느 연령대의 어떤 모델이든 후속 기종으로 갈수록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워졌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교하고 인간다워졌다. 주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주인에 대해 ‘배웠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했다. 그래서 인공 반려자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인의 취향과 성정에 가장 알맞은 동반자로 변화하고 ‘성장’했다."
(‘안녕, 내 사랑’ 중에서)

p.190
"“제대로 된 공격을 여러 번 하는 것보다, 허공에 한 번 헛주먹질을 하는 게 더 힘든 법이지. 사람이 헛주먹질을 하면 마음이 지치거든, 마음이."
(‘흉터’ 중에서)

p.223
"‘그것’은 아름다웠다. 처음으로 태양 빛 속에 ‘그것’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기괴하게 아름다웠다."
(‘흉터’ 중에서)

p.292
"저주는 풀 수 있으나 자신의 욕심에 스스로 눈먼 인간을 눈 뜨게 할 방법은 없다."(‘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중에서)

p.326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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