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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8,1-11 나를, 당신 옆에 함께 있도록(다해 사순 제5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다해 사순 제5주일 요한 8,1-11
예수님은 여인을 끌고 왔던 이들이 떠나갔다는 사실을 아시면서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하고 물으셨습니다. 모두 의도적인 질문이지요.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물으심으로써, 여인에게 더 이상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당신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배려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행동에 비추어, 우리는 잘못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자신의 기준에서 잘못했다고 판단된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권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비록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도, 내게 그 사람을 마음껏 조롱하고 가해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다른 죄를 지을 뿐입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죄인을 구원하고자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의 모습이 바로 이렇습니다. 예수님은 단죄하지 않음으로써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여인 역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나 자신에게도 무자비한 심판자가 되지 않도록, 지금도 이렇게 하십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일어나는 은총이 바로 이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무대에 올렸다고 가정해 볼 때, 연극의 마지막 순간에 무대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예수님과 여인, 그리고 돌멩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돌멩이들은, 마치 사람들의 딱딱하게 굳은 완고한 마음이 부서진 잔해처럼 무대 바닥에 가득하고 거기에 예수님이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 여인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 곁에 있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죄를 지었더라도 여인은 예수님 곁에 남았고, 스스로 깨끗한 사람인 것처럼 돌로 여인을 단죄하려던 사람들은 움켜 쥐었던 돌멩이들만 예수님 곁에 놓아두고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예수님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뉘우치는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을, 우리를, 나를, 당신 옆에 함께 있도록 하십니다. 단죄하려 움켜쥔 돌멩이만 놓고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라 뉘우치는 죄인의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예수님 곁에 남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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