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멋있으면 다 언니 본문

雜食性 人間

멋있으면 다 언니

하나 뿐인 마음 2021. 12. 30. 22:31

황선우 인터뷰집. 이봄.

제목이 “이거다!” 싶었던 책.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읽다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난 후엔 늘 올리던 소소한 리뷰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황선우 작가의 인터뷰집(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믿는 9명의 이야기라니!!!)인데 여성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말하긴 하지만 어떤 직업인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말하기보다 어떻게 살아왔고 여성으로서 어떤 영향을 주고 또 받았는지(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냐)를 들려준다.

세상엔 힘을 타인에게 행사하기 위해 힘을 축적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힘을 타인에게 북돋우기 위해 힘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에 해당하고, 나의 ‘무언가’를 북돋았고, 나 역시 그러기 위해 힘을 키우며 살고 있다.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이곳에 곧이 인용 구절을 남기진 않으려 한다. 다들 책을 읽어서 얻어내길, 기꺼이 북돋아지길… 그래서 나는 내 사랑하는 조카에게 이 책을 주었다.

여름이 오기 전 책을 제법 많이 읽어서 리뷰가 밀렸었는데, 이 책은 언제 써도 생생하게 쓸 수 있다 싶어서 미루다보니 연말이 되어버렸네. 아래 인용글은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며 이 책 <멋있으면 다 언니>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초월도 필요하지만 구분도 중요한 법. 두 책은 내게 구분을 가르쳐 줬다. 구분하는 법을 익히며,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과 황선우 작가의 인터뷰집 사이의 잘 보이지 않아도 분명하고 소중하고 질긴 연결선을 보고 만졌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어머니들, 혹은 사랑이나 필요나 돈 때문에 생물학적 어머니를 대신하는 여성들의 손에 자랐다. 역사를 통틀어 여성들은 서로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도왔다. 대부분 여성은 자매로서, 숙모로서, 보모로서, 교사로서, 수양어머니로서, 계모로서, 어린 것을 보살피고 애정을 준다는 의미에서 어머니들이었다. 부족 생활, 마을, 대가족, 어느 문화의 여성 관계망은 ‘어머니 노릇’을 하는 과정에 아주 젊은 여성, 아주 늙은 여성, 비혼 여성, 불임 여성을 포함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도 자신이 아팠을 때 아버지가 참을성 있게 곁을 지키며 보살폈던 기억이나, 아버지가 먹이고 씻기는 허드렛임을 한 기억을 간직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 우리는 어떤 장면들, 모험들, 처벌들, 특별한 행사 등을 기억한다. 우리 대부분에게 여성은 우리 유년기 삶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 그러나 거절과 거부도 함께 - 제공했고, 우리의 원초적인 감각, 최초의 사회적 경험도 한 여성의 손과 눈과몸과 목소리와 연결되어 있다.”
- 에이드리언 리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바다출판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