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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높이 달린 십자가 본문

시간이 다 되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알지 못했던 3년.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이곳에 와서 제일 많이 생각했던 건 ‘수도자란 무엇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은 신자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온전히 나의 문제였으니까. 두 번째 생각은,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것. 그동안 나는 열심히 달렸었다. 교리를 열심히 준비하면 예비신자들이 귀기울여 들어줬고 열심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즐겨줬고 열심히 알려주면 열심히 들어주는 신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나는 좀 다른 경험을 해야했다.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 것들, 아무리 달려도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것들… 코로나 때문에 성당이 문을 닫았을 땐 텅 빈 성당을 지키며 속수무책으로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열심히 기다려도 신자들이 성당에 올 수 없던 시간이었다. 발등이 부러졌을 땐 아무리 열심히 걸으려 해도 혼자서는 걸을 수가 없어, 오히려 내가 성당에 나올 수 없었던 시간. 코로나 사정이 좀 나아져서 뭔라도 시작해야하던 때인데 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며 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출퇴근에 쏟아야 했던 시간. 그리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이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시간.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묵상했고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십자가였다. ㅇㅇ성당 십자가는 제대 위에 아주 높게 달려 있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매일 아침 묵상을 성당에서 했는데도 편안히 앉아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십자가. 애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고, 십자가를 오래 응시하기 위해서는 목이 아파야 하고, 편안하게만 다니면 십자가 예수님을 스치기만 했다. 올려다 보고, 수시로 기억하려면, 애쓰고 불편하고 때론 아파야 했던 ㅇㅇ성당 십자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이제 이 십자가 예수님을 마음에 간직한 채 여기를 떠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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