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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여름의 책 본문
토베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쏜살문고.
토베 얀손의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직유 같고 은유 같다. 내 인생의 여름도 이렇게 지났을까... 오랫동안 환할 것 같은 여름철의 낮. 예고 없이 도 쏟아지는 소나기. 성가신 모기. 일찍 깨어도 환한 하늘. 시끄러워도 끌어 안고 살아야 하는 선풍기. 간지러워도 깔고 누워야 하는 왕골자리. 늘 아쉬운 아이스크림. 뒹굴뒹굴 시원한 마룻바닥.
"찾고 모은다는 건 신비한 일이지. 찾는 것 밖에는 안 보이니까. 크랜베리를 찾고 있으면 빨간 것 밖에 안 보이고, 뼈를 찾고 있으면 하얀 것 밖에 안 보여 어디를 가도 뼈 밖에 안 보인다니까."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면 할머니는 가끔 혼자 숲으로 갔다. 하지만 낮에는 베란다 계단에 앉아서 나무껍질로 배를 만들었다. "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 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 더 많이 사랑해야지.”"
"제일 큰 섬의 만 깊은 곳 모래밭에서는 풀이 자라고 있었다. 키는 작았고 아주 푸르렀다. 그 풀뿌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어서, 서로 모여 단단하게 매듭을 짓고 한 덩어리가 되어 어떤 파도도 이겨 낸다. 큰 물결은 바다에서 모래밭까지는 마음껏 넘실거리지만, 만 안쪽에서는 풀에 부딪혀서 넓게 퍼졌다. 모래는 파도가 파낼 수 있었지만, 풀이 난 언덕은 다만 높이가 낮아지고 새로운 위치에 굴곡이 생길 뿐이었다. 바다로 한참 들어가서도 발밑에서 풀을 느낄 수 있었으며, 물풀 사이에서도 풀은 자라났다. 육지로 들어오면 마가목, 쐐기풀, 메꽃과 염분을 좋아하는 온갖 식물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었다. 이 원시림은 수풀이 촘촘하게 키가 컸으며, 주로 물풀과 죽어서 썩은 물고기에서 양분을 섭취했다. 숲은 퍼져 나갈 수 있는 데까지 퍼져 나갔고, 더 이상 넓어질 수 없자 갯버들, 마가목, 오리나무와 머리를 맞댔다. 팔을 펴고 숲속을 지나가면, 마치 헤엄을 치는 느낌이었다. 귀룽나무와 마가목, 특히 마가목은 꽃이 피면 고양이 소변 냄새가 났다."
"소피아는 커다란 가위로 원시림 사이에 길을 냈다. 마음이 내킬 때 끈기 있게 일을 했고, 아무도 그 길에 대해서는 몰랐다.
"
"소피아네 가족의 친구 중에는 언제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에릭손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 근처를 배로 지나간 적도 있었고, 가끔 들를 생각은 했지만 결국 못 오기도 했다. 어떤 여름에는 섬 근처에 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배로도 마음으로도."
"에릭손이 와 있으면 식구들은 온통 그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아무도 다른 일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고, 누구도 다른 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다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며, 그가 별 말도 하지 않고 떠났을 때에도 다들 그가 소리 없이 남기고 간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피아는 에릭손을 사랑했다. 에릭손은 소피아에게 뭐 하느냐, 몇 살이냐고 묻지 않았다. 만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진지하게 인사를 하고 작별도 그렇게 했으며, 미소도 짓지않고 살짝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
"잠이 안 와. 슬픈 일들이 생각나서."
"말란데르한테는 뭔가 생각이 있었지만, 스스로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너무 늦은 뒤에야 이해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작은 섬은 자급자족한다. 눈 녹은 물과 봄비와 이끼를 먹고, 혹시나 건조해지면 다음 해 여름까지 기다려서 꽃을 피워 낸다."
"“다시는 기도 안 할 거야.”
소피아가 화가 나서 말했다.
“그래도 다 아시는 걸.”
뱃머리에 하늘을 향해 누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하느님이 먼저 좀 노력을 한 사람을 도우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돌봐 주어야 하고스스로 결정을 할 수 없는 다른 모든 것처럼, 화분도 함께 지내다 보면 책임이 된다."
"여름이 끝나갈 때, 나이가 들어 마지막 풍경을 경험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행복한 일이지. 주위는 조용해지고 우리는 각자 자기 갈 길을 걷는데, 그러다가 온 세상이 평화로운 저녁 무렵에 바닷가에서 만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