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RB 제58장 형제들의 입회 절차에 대하여 본문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RB 제58장 형제들의 입회 절차에 대하여

하나 뿐인 마음 2020. 6. 24. 11:15

입회절차에 관한 장을 세번에 걸쳐 묵상하는 동안, 내가 이 길을 이렇게 다 걸어왔구나 싶어 새삼 감사했다. 반복하여 규칙서를 읽어가며 내가 처음 마음 먹었던 것들도 기억해 내고, 잃거나 퇴색한 것들도 묵상했다. 무엇보다, 지금도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지', '하느님의 일과 순명과 모욕에 열성을 다하는지'에 대해서도. 대수련자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해야할 일들에 집중하느라 성규에서 공동체의 얼굴을 잘 찾지 못했었다. 아마 여전히 나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이었기에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입장을 생각할 여유도, 그럴만한 철도 없었으리라.

이번 피정의 큰 선물 중 하나가 성규를 읽을 때 그 동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공동체 형제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장에서도 (내가) 입회를 준비하고 입회해서 수련시절을 거쳐 서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내 옆에서 나를 위해 공동체가 한 일들이 눈에 보인다. 허락하고, 돌보고, 보살피고, 알려주고, 선택하도록 하고, 읽어 주고, 받아들여주고, 일원으로 간주하고, 함께 '받으소서'를 노래하는 우리 수도 공동체 형제들. 나는 매일의 묵주기도에서 환희의 신비 1단에서는 기쁜 소식을 알렸던 가브리엘 천사들처럼 세상과 나에게 기쁜 소식을 들려주신 돌아가신 수녀님들을 위해 바치고, 2단에서는 엘리사벳을 찾아갔던 성모님을 묵상하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위로를 주고 받는 우리 수녀님들을 위해 바친다. 종신토록 이 수도회에 정주하기를 이미 서원했지만, 나는 이렇게 이 수도회의 일원이 '점차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칭하는 말 하는 일 기간 공동체가 하는 일 장소
누구 수도생활을 하고자 처음으로 찾아오면   쉽게 입회를 허락하지 말고 그의 정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는지 시험 수도원 밖
찾아온 사람 항구히 문을 두드리고 푸대접과 입회의 어려움을 견디며 꾸준해 보이면 4,5일 입회를 허락 객실
  공부하고 먹고 잠   노숙한 형제를 보내어 온갖 주의를 다하여 돌보게 함 수련자들의 방
수련자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지
하느님의 일과 순명과 모욕에 열성을 다하는지
  보살피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서 당하게 될 모든 어려움과 시련들을 미리 알려줌
  정주함에 있어 항구할 것을 약속 2개월 후 분투해야할 법인 규칙서를 차례로 읽어주고, 선택권을 준다
  머물러 있음 6개월 후 무엇을 하러 들어 왔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 규칙서를 읽어 준다
  머물러 있거든 4개월 후 같은 규칙서를 다시 읽어준다
스스로 심사숙고하여 모든 것을 준수하며 그에게 명하는 모든 것을 준행할 것을 약속하거든   공동체에 받아들인다  
규칙서의 법으로 정해진 대로 그날로부터 수도원을 떠나지 못하며 또 규칙의 멍에에서 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숙고하여 이 규칙을 거절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회가 허락된 사람 모든 이들 앞에서 정주와 수도승답게 생활할 것과 순명을 하느님과 성인들 앞에서 서약     성당
수련자 청원서 작성, 서명하여 손수 제대 위에 갖다 놓음.    
수련자는 즉시 "주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받으소서. 그러면 나는 살겠나이다. (주는) 나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하는 계응송을 시작하고 공동체는 세 번 반복해 응답하고 영광송을 덧붙인다.
수련자 형제 사람들 발 아래 엎드려 기도를 청함   공동체의 일원으로 간주
  재산 양도 증서 작성   입고 있던 옷들을 벗기고 수도원의 옷들로 갈아 입힘  

처음엔 표까지 만들 생각이 아니었지만, 이름이 변하는 것과 장소의 이동을 한 눈에 보고 싶어 이렇게 후다닥 만들어 놓고 보니 '머무른 곳에 맞갖게 되어 가는 것'에 대해 묵상을 하게 되었다. 규칙서를 읽다보면 이름도 없이 지칭할 마땅할 호칭도 없이 누구(qui)라고 불리던 사람이 수련자들의 방에 들어온 후 '수련자'라고 불리고, 성당에 들어온 후 '수련자 형제'라고 불리게 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물론 어떤 장소에 들어가기 전에(객실이든 수련자들의 방이든)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적어도 성규에서는 그곳에 들어간 후 그곳에 맞는 이름으로 불린다. 수도원에 들어와 평생에 걸쳐 점점 더 수도자가 되어가고, 정주 서원을 하고 수도회에 정주하면서 점차 내적 정주까지 살아내게 된다. "도자기를 빚듯 인간을 완성하시는 하느님, 이 진흙 덩이를 받아주시어 당신 손길을 거쳐 진흙일 뿐인 저를 당신이 쓰실 그릇으로 완성시켜 주소서.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주는 나의 희망을 부디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묵상을 마치려니 제대 위에 올라가 서원장에 서원을 하고 그 서원장을 제대 위에 그대로 둔 채 내려왔던 네 번의 서원식이 생각났다. 첫 서원, 두 번에 걸친 서원 갱신, 그리고 종신토록 나를 하느님과 이 수도회에 묶겠다는 종신 서원. 나는 내가 공동체와 하느님과 성인들 앞에서 서원하고, 제대 위에 올라가서 손수 적은 서원장에 싸인을 한 후 나의 언약을 제대 위에 두고 왔다. 나의 서원을 제대 위에 포개었으며, 그리스도의 죽음 위에 내 서원을 차례대로 쌓아 올렸다. 내 서원은 영원히 봉인되었고 그리스도 말고는 풀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과거의 옷을 벗고 나 자신을 떠나보낸 순간부터 내 언약은 영원토록 취소될 수 없다. 나를 수도자로 부르신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