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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13호 냄비가 작아서 그래! 본문
이전 본당에서 함께 살던 할머니 수녀님은 언제나 냄비 가득 국을 끓이셨습니다.
작은 냄비로 시작하시지만 곧 큰 냄비로 바꾸어야 합니다.
한번만 바꾸시면 그나마 다행.
어떤 날은 세 번째 네 번째 큰 냄비로 바꾸시고, 키가 모자라 뒤꿈치까지 들고 저으실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니나 다를까 수녀님은 냄비에 배추를 잔뜩 집어넣고 젓고 계셨습니다.
아무리 데쳐서 숨이 죽는다 해도 냄비에 다 들어가진 않을듯한데 내가 뒤에 있어서인지 끝까지 냄비를 젓고 계셨지요.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웃으면서 "그게 냄비 안에 다 들어갑니까? 또 내가 다 먹어야 하나요?" 했더니
수녀님께선 더 크게 웃으시며 "냄비가 작아서 그래!"하셨습니다.
하하 웃으면서 방으로 올라가는데 문득, 하느님 사랑을 망각하고 죄짓고 뉘우치기를 거듭하는 건
나의 냄비가 작아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판관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죄를 끊임없이 망각하였기에 죄의 악순환을 거듭했었지요.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나의 냄비를 탓할 줄 아는 은혜를 청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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