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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13호 냄비가 작아서 그래! 본문

수녀님의 말씀향기 기고

13호 냄비가 작아서 그래!

하나 뿐인 마음 2013. 1. 12. 18:14

이전 본당에서 함께 살던 할머니 수녀님은 언제나 냄비 가득 국을 끓이셨습니다.

작은 냄비로 시작하시지만 곧 큰 냄비로 바꾸어야 합니다.

한번만 바꾸시면 그나마 다행.

어떤 날은 세 번째 네 번째 큰 냄비로 바꾸시고, 키가 모자라 뒤꿈치까지 들고 저으실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니나 다를까 수녀님은 냄비에 배추를 잔뜩 집어넣고 젓고 계셨습니다.

아무리 데쳐서 숨이 죽는다 해도 냄비에 다 들어가진 않을듯한데 내가 뒤에 있어서인지 끝까지 냄비를 젓고 계셨지요.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웃으면서 "그게 냄비 안에 다 들어갑니까? 또 내가 다 먹어야 하나요?" 했더니

수녀님께선 더 크게 웃으시며 "냄비가 작아서 그래!"하셨습니다.

하하 웃으면서 방으로 올라가는데 문득, 하느님 사랑을 망각하고 죄짓고 뉘우치기를 거듭하는 건

나의 냄비가 작아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판관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죄를 끊임없이 망각하였기에 죄의 악순환을 거듭했었지요.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나의 냄비를 탓할 줄 아는 은혜를 청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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