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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본문
노지양 지음. 북라이프.
공감가는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Apologize'라는 단어가 마음에 많이 남는다, 작가님과는 또 다른 이유로. 내 성격이 본래도 그랬겠지만, 살면 살수록 점점 더 참기 어려워지는 것들이 늘어난다. 그 중 하나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게다가 그 말이 끝도 없이 길어지면 최대한 상대가 무안하지 않을 수준에서 그 대화를 끝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그 중 하나가 '죄송합니다'라는 말이었다.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소모적인 말들만 오갈 때도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꺼냈던 말, '죄송합니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죄송합니다'. 최대한 잡음 없이 상대의 말을 거부하기 위한 비겁한 'Apologize'. 난 아직도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타인에게 건네는 나의 말 모두가 고스란히 나를, 나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두번째 공감가는 이야기는 바로, 여성으로서의 작가의 삶이었다. 미사를 차리고 제의실을 청소하고 제대를 치우고 모든 뒤치닥거리들이 내 몫이다. 오르간 봉사자가 못오면 오르간을 치고 전례복에 뭔가를 묻히거나 단추가 떨어지면 내가 빨고 청소한다. 쓸고 닦고 빨고 다린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데, 집으로 돌아오면 청소 빨래 식사준비 등등 또 일이 남아있다. 그 나머지 시간을 쪼개어 교리 공부도 하고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책도 보고 카드도 만든다. 하느님이 적어도 수녀들에게는 시간을 조금 더 주시거나 운동할 시간을 못내도 체력유지가 가능하다거나 하루에 5시간만 자도 초롱초롱한 눈빛 정도는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 짜투리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어 시를 읽고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하늘을 본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묵상 노트를 쓰고 뜨개질도. 세상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듯 내 삶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부딪혀가며 울고 낙담도 하겠지만 불편한 이 와중에도 난 나와 나와 함께 걷는 이들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좋았다. 누군가는 묵직한 돌덩어리 몇 개로 연못을 메우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잘한 돌멩이 수백 개로 연못을 가득 채운다.
참, 아무리 부러워할 만한 일이 아니라 해도, 한편으로는 난 퍽 부러웠다.
나는 이중인격자인 걸까. 남에게 더 즐겁게 사는 척 보이고 싶었던 걸까.
아니, 난 찾아내고 있었다. 내 인생을 가능한 밝게 색칠할 수 있는 색깔들을.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붕 뜨게 해줄 재료들을. 그 장면에 흐를 신나는 BGM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