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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영초언니 본문
서명숙 지음. 문학동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을 건너서 결국 돌아오지 못한 이, 소식마저도 알수 없는 이, 영초언니처럼 돌아오긴 했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한 것과 다름 없는 이. 그 시대에 불의와 맞선 대가는 무겁고 혹독했으며 잔인했다. 무참히 스러진 이들의 희생이 쌓이고 쌓여 결국 우리는 독재자의 딸을 무소불위의 권좌에서 내려오게 했고 새 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앞장서서 스러져 갔기에 뒤이은 이들이 그나마 촛불을 들 힘과 명분과 오기를 얻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영초언니의 사고는 그녀에게만큼은 선물일 수도 있었을까... 비정하게 들리겠지만, 지독한 세상의 부조리를 온 몸으로 받아낸 후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한 인간 영초언니에게 망각이란, 죽지 않고서는 잊힐 리 없는 기억을 어떻게든 덜어주었을테니 말이다. 역사는 돌고 돌아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 역사만큼은 우리들이 영원히 간직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죽어서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군인이 전투를 하다가 밀릴 때 통상 가장 어려운 전투를 치렀던 고지로 후퇴하는 건 그곳에 가장 많은 주둔군을 두고 왔기 때문이라 합니다. 인생에서도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는 반드시 그곳에 심리적 주둔군을 많이 남겨두게 되고,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입학하고 난 뒤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은 이야기는 데모할 때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돌을 날라다 주거나 마실 물을 떠다 주거나 피를 닦아 주었다는 등의 미담이었다.
비겁해지기로 결심한 이상 내 영혼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니므로.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대학가에 뿌린 죄가 이렇게 온 가족을 눈물의 강에 익사시키고 고통의 늪에 빠트리고 여드름투성이 고등학생을 인생 다 살아버린 늙은이로 만들어버릴 만큼 큰 것일까.
그때 영초언니가 내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독재정권 물러가라! 민주주의 쟁취하자!"
이른바 기득권을 움켜쥐고 남들만 교양 없다 나무라는 그네들의 행태. 하지만 데모꾼 티를 낸다고 할까봐 침묵을 택했다. 저녁마다 나는 끔찍한 소음을 견뎌내며 역사와 동료, 선배들에게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또다른 비겁함을 견뎌야 하는 현실에 진저리를 쳤다. 소소한 비겁함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내 자존감은 기온과 반비례해서 뚝뚝 떨어졌다.
독재정권을 향해 독재정권이라고 말한 죄, 그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획한 죄였다. 수배중인 조봉훈을 제외하면 연루자가 모두 여대생들이어서 실낱같은 기대를 품었던 방청객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법부가 역사의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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