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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5호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창세 22,7) 본문

수녀님의 말씀향기 기고

5호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창세 22,7)

하나 뿐인 마음 2013. 1. 8. 20:56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이끌려 두 손이 묶인 채 제단 위에 오른 이사악의 심정에 대해 묵상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곧 불타오를 장작 위에서 자신을 내리칠 칼을 기다리는 이사악의 마음은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혼란이 전부였을까요.

복현성당 대성전에 가면 이 장면이 색유리로 장식되어 있는데요,
그 작품에서 이사악은 생뚱맞게도 살짝 웃고 있습니다.
전 그 장면을 들여다보며 난생 처음으로 ‘온전히 바쳐지는 제물이 된다는 것은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나아가 기쁘기마저 하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자신을 온전히 바치겠노라 서원했던 제 첫서원 날도 한없는 기쁨으로 가득했었군요.

햇살 가득한 날 그 색유리 앞에 서면, 노란색 유리의 이사악을 통해 성전 안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온전한 봉헌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셈이지요.
웃고 있는 이사악. 온전히 바쳐지는, 온전한 수동태가 되었을 때에만 지을 수 있는 이사악의 미소는
웃음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과 참 어울립니다.
우리들은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종종 가집니다.
그럴 때마다 이사악의 봉헌을 기억하면 어떨까 합니다.
번제물로 바칠 양은 다른 곳에 있는 무엇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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