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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3,7-12 본문
나를 수시로 넘어뜨리는 돌뿌리 중 하나는 '옳고 그름'이다. 물론 그 잣대는 나의 신념이나 인생관이고 그 기준에 맞추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그 판단에 따라 나는 한없이 너그러워져 무한한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한없이 냉랭해지거나 불같이 타올라 공격하기도 한다. 이 옳고 그름에 대한 나의 집착은 나를 떳떳하고 강하게도 하지만, 약하고 치명적인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3,11)하고 외쳐대는 더러운 영들을 당장 제압하지 않으시고,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기만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 말이 너에게 가당치 않으니 당장 입을 다물라고 호통하지 않으시는 예수. 다른 이들에게만 그 말을 알리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신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었지만 당신의 길을 따르지도 않았고 당신을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던 그들에게 직접적 금지를 명하지 않으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언젠가는 그들의 입으로 고했던 그 말이 '신앙의 고백'이 되기를 원하셨던 걸까, 다른 이들의 고백 역시 그들 자신에게 맡겨놓으시는 걸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많이 알 수는 있어도 그를 따라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 누구나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는 말을 입으로 말할 수는 있으나, 그 말을 신앙의 고백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이 소리가 아니라 고백이 되기를, 나아가 타인의 고백을 돕되 판단하거나 강요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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