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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아홉째 날 본문
유대인 인권탄압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을 수용한 다하우 수용소. 반나치 운동을 하다 잡힌 크레머 신부도 이곳에 수감되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고문과 조롱,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가득찬 곳.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기도 하겠지만 삶보다 죽음이 더 고귀하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이 아닐까. 삶의 의미도 죽음의 의미도 미처 찾지 못한 채 기약없는 시간 앞에서 죽음만을 목도하는 곳. 인간적 양심과 사제로서의 양심을 간직하는 것 자체가 증오의 표적이 되는 곳. 순교마저도 할 수 없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벌레보다 값어치없이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공간.
출옥인 줄 알고 나선 길이 9일 간의 외출이었고, 나치에 동조하도록 룩셈부르크 대주교를 설득하는 임무마저 주어진다. 회유시키지 못하면 다시 죽음보다 더한 공간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수용된 동료 신부님들의 목숨도 위협을 받는다.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무게를 지닌다. 나치 정권아래 그것만이 정의라고 믿는 사람들, 아닌 줄 알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 양심은 물론 종교적 양심마저 팔아야 하는 사람들, 흔들리는 정의, 흔들리는 신앙, 목숨을 비롯한 인간성마저 위협하는 검은 힘.
"당신은 뭘 무서워하는 거요?" 과연 우리는 무엇을 무서워하며 살아가는가. 짓밟힐 자존심이 무서운가, 무너질 양심이 무서운가, 도달할 수 없을만큼 아득하게만 다가오는 하늘이 무서운가.
"공경에 처할 때는, 양심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라는 대주교의 말에 크레머 신부가 대답한다. "외람되지만 이미 양심에게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주님께 도와주십사고 기도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응답없는 침묵의 주님. 그 진공의 공간에 홀로 선 인간.
난 내 인생 마지막 순간이 고귀하기 보다, 오롯한 수도자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