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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교회, 정의 위한 투쟁에서 비켜설 수 없어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하여2 본문
우리가 자꾸 성당 안에서 ‘정치’라는 말을 쓰면 싫어하는 것은 정치에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이 둘을 혼용해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다음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니까 ‘정치는 나쁘고 혼탁한 거다, 거기에 왜 교회가 나서서 뭐라고 하느냐’ 이렇게 말을 합니다. 교회는 두 번째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되지요. 나쁜 거예요. 이권을 챙기려고 몰래 교섭 하는 거죠. 하지만 첫 번째 의미의 정치에는 참여해야 합니다.
천주교는 성경과 교도권의 가르침을 믿을 교리로 삼는 종교입니다. 교황님들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고 계실까요? 우선 전임 교황이셨던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2005년도에 교황님께서 발표하셨던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항의 말씀이에요. “국가와 종교는 서로 구분되지만 언제나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 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교회는 이성적인 토론의 길로 그러한 투쟁에 들어서야 하며, 그 정신적인 힘을 다시 일깨워야 합니다. 그러한 힘이 없으면, 언제나 희생을 요구하는 정의는 구현될 수도 없고 진보할 수도 없습니다.” ‘정의’, ‘구현’, ‘진보’ 요즘 조심스런 단어는 다 말씀하셨네요.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교황님께서 지난 11월 26일 첫 번째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반포하셨습니다. 이 권고의 182-183항에서 사회 문제들에 대해 교회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하시며 전임이신 베네딕토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사목자들은 다양한 학문들의 도움을 받아들여, 사람들의 삶에 대한 모든 것에 의견들을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우리에게, 종교는 사회적 국가적 삶과의 어떠한 관계도 없이, 시민 사회의 기관들의 건전성에 대해서 걱정 없이, 또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사건들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현함도 없이, 그저 사람들의 내적 영역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사목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일에 매진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만약 ‘사회와 국가의 정의로운 질서가 정치의 주요 과업’이라면, 교회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 변두리에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자, 교황님들께서 왜 이렇게 첫 번째 회칙과 첫 번째 권고에서 교회가 정치에 관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실까요? 사실 두 분의 교황님들은 전혀 새로운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 사회교리에 입각하여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사회교리란 “정치, 경제, 인권, 노동, 평화, 환경, 생명 등 사회생활의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정리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30회 인권주일 담화문, 2011년)입니다. 이것은 믿고 안 믿고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라면 마땅히 믿고 따라야 할 교리예요. 1891년에 교황 레오 13세께서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하신 이후 자그마치 120년 동안, 정치·사회 등의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씀하신 교황님들의 회칙과 교회 문헌들이 <간추린 사회교리>라는 책으로 엮어져 2004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크나큰 업적 중 하나이죠. 교황님은 응우엔 반 투안 추기경님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으로 임명하셔서 사회교리를 집대성하는 작업을 맡기셨는데, 반 투안 추기경님은 베트남 공산정권에 의해 13년이나 감옥에 갇혀 계셨던 분으로, 곧 시복되실 예정이시지요. 반 투안 추기경님이 2002년에 선종하시고 나서 후임으로 임명된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님이 2004년에 그 작업을 완성하셨어요.(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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