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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8,1-8(다해 연중 제29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8장

루카 18,1-8(다해 연중 제29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3. 10. 19. 08:23

이번 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는 이유로 과부와 재판관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불의한 재판관이라 해도 밤낮으로 줄곧 조르는 과부가 귀찮아서라도 ‘올바른 판관’을 내려준다고 하시며 하느님께서는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덧붙이시는 말씀은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입니다.


신자들을 만나보면 ‘아무리 기도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으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과연 그럴까요? 과연 기도가 결과를 가지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수능 시험에 붙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했는데 떨어졌다면 그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은 걸까요? 반대로 제대로 공부는 하지 않고 탱자탱자 놀았는데 운 좋게도 시험에 붙었다면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요? 기도가 이렇게 가볍디 가벼운 것일까요?

기도의 은총은 결과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주어집니다. 모든 과정에도 함께 하는 거지요. 쉽게 말해 시험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공부를 하는 데에 필요한 인내와 끈기, 체력 등과 시험을 치는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을 치고 나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 다시 시작할 용기, 나아가 그 시험의 결과가 끼칠 영향까지 모두 은총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기도의 은총은 결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복음으로 돌아가 보면, 오늘 복음에는 판결이라는 단어가 4번 나오는데 모두 그 앞에 ‘올바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판결은 언제나 올바르다는 거지요. 과부가 어떻게 졸랐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에는 응답이 주어집니다. 그 응답은 언제나 ‘올바른’ 응답이지만 그 응답이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아닐 수는 있습니다. 그 결과가 올바른지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믿음’(8절)입니다. 믿음이 하느님을, 하느님의 은총을 알아보게 합니다.

그래서 무슨 힘겨운 일이 닥쳤을 때만 기도하라 하지 않으시고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지요. 이 예수님의 말씀은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은총이 함께 할 거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기도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해서도 기도를 아끼지 말아야겠지요?

사실 복음을 읽으면서 인간이 내리는 판결은 올바르지 않는 경우가 요즘은 더더욱 많은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의로운 재판관보다 불의한 재판관이 세상에 월등히 많은 것 같아 도무지 신뢰가 생기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기도해야겠습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약한 자들의 편에 서 계시는 예수님처럼( http://singthelord.tistory.com/1432 ) 우리도 끊임없이 정의의 편에 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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