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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2,13-21(훈화) 본문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진짜 우리 것은 무엇일까요?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는 뭐가 있지요? 이번 주 주일 복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산을 나누어 주지 않는 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중재를 요구하는 사람과 죽을지 모르고 곳간을 늘여 재산을 쌓아두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이지요.
유산은 본디 누구의 것이었습니까? (형이 잘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죽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본래 자기 것이 아닌데도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당하다고 합니다. 거저 얻을 뻔한 것에 대한 욕심은 탐욕입니다.
부유한 사람이 소출을 많이 거두었지요. 성경은 ‘땅에서’라고 표현합니다. 이 사람 역시 땅에서 난 것은 자기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날 밤 하느님께서 나타나 목숨을 ‘되찾아’가겠다 말씀하시지요. 찾아갈 자격이 있는 주인이 나타나신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아버지의 재산은 죽고 나니 아들(들)에게 넘어갔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 부자의 재산은 죽고 나면 또 누군가에게로 넘어갑니다. 영원히 내 것으로 남는 것은 없습니다.
수련자 때 꽃을 길렀습니다. 창가에 화분을 두고 키웠는데 어느 날 꽃끼리 부딪힐까봐 슬쩍 돌려놨더니 기어이 해를 향해 고개를 뻗어 꽃을 피웠습니다. 내가 물주고 내 맘대로 자리를 옮겼기에 꽃의 주인은 당연히 나라고 여겼는데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었지요.
서원을 앞두고 깨달았던 건 온전한 봉헌이 아니라 "드릴 것이 하나도 없음에 대한 쓰디쓴 자각"이었습니다. 드릴 것이 내겐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을 때 봉헌이 시작되었습니다. 봉헌을 완성해 보겠다는 욕심을 접고 온전히 기대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었지요. 봉헌이란 내 손을 떠났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마음대로 쓰시도록 내어놓았다는 말입니다. 주인이 따로 있음을 깨닫는 것이 제겐 봉헌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진짜 나의 것은 무엇일까요? 근데 이 모든 걸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다시 하느님의 것이 되어야만 하느님의 나라에 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것이 되어야 하느님의 차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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