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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1,1-13 하느님의 응답을 인간의 생각이 방해한다 (레지오 훈화)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1장

루카 11,1-13 하느님의 응답을 인간의 생각이 방해한다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3. 7. 27. 06:21


이번 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기도를 가르쳐달라는 제자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시고 이어서 ‘끊임없이 간청’할 것과 ‘청하여라, 찾아라, 문을 두드려라’하고 덧붙이시지요.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만히 묵상하다보니 ‘예수님은 반드시 주시는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요한 만큼 다 줄테니 끊임없이 간청하여라.’, ‘더 좋을 것을 줄 테니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라.’ 다 주신다는 말씀, 믿으십니까?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내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예수님 말씀을요.

어떤 사람이 등반을 갔다가 혼자 길을 잃고 밤이 되었습니다. 어둔 밤 산길을 헤매다가 발을 헛디뎌서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지요. 기적처럼 나무뿌리를 잡아 추락하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꼼짝없이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밤새도록 살려달라고 하느님께 울며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기도의 응답으로 ‘나무뿌리를 잡고 있는 손을 놓아라’고만 하시는 겁니다. 그 사람은 더더욱 울며 애타게 기도했고, 그때마다 들려오는 응답은 ‘손을 놓아라’는 것이었지요. 손을 놓는 순간 떨어져 죽는다는 생각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뿌리를 붙들고 또 있는 힘을 다해 하느님께 끊임없이 부르짖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새벽 동이 떠오를 무렵,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자 그는 용기를 내어 발아래를 내려다 봤습니다. 그리고는 무척 놀랐지요. 땅바닥에서 겨우 30cm 위에 매달려 있었던 겁니다. 그는 하느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밤새도록 되풀이하여 기도하였지만 손을 놓기만 했으면 나무뿌리를 붙들고 밤새도록 울부짖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하느님은 이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셨나요, 들어주시지 않으셨나요? 혹 이 사람의 기도가 부족했었나요?

하느님께서는 그의 기도를 단박에 들어주셨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던 결과가 아니었기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응답을 인간의 생각이 방해를 합니다. 이 사람처럼 우리도 혹시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반드시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걸 전제로 말씀하십니다. 복음 안에서만이 아니라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려고 기다리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기도를 외면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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