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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1,19 너는 누구의 힘을 빌렸느냐? #dailyreading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1장

루카 11,19 너는 누구의 힘을 빌렸느냐?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19. 3. 28. 09:05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루카 11,19)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면, 눈 먼 이를 고치는 예수를 사탄의 힘이라 말한다. 돕지도 않고 도와주는 이도 나쁘게 말하는 이들은 복음서에만 있지 않다.

오늘은 복음 묵상이 쉽지 않았다. 오늘이라고 쓰고 보니 사실 요즘 계속 그랬다. 불편한 마음이 커서인지, 묵상이 힘들었네. 하여간, 복음이야 하느님 편과 아닌 편이 확연히 드러나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갈등이 클 이유가 없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삶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 아닌가. 같은 편에서 돕는 사람인지, 흩어버리는 사람인지 아는 것도 쉽지 않고, 나 자신도 곧잘 오해를 받는다.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뒷감당이 어려워 따라가거나 침묵할 때가 있고, 반대할 줄 알면서도 제시를 하거나 따라오게 해야할 때가 있다. 피곤해서 혼자 투덜대며 그냥 넘어가고, 좋은 일조차도 상대의 때에 따라 그냥 넘겨야 한다.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다.

근래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고단하다고 해서 이렇게 엉망인 채로 가도록 두는 게 맞는 일인지, 분명 잘못인데 한 마디 하게 되면 김새게 만드는 건 아닐지... 불보듯 뻔한데도 고집과 맞서는 게 싫어 입다물어 버리고, 오해를 사도 푸는 게 더 어려우니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서 저 말씀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너는 누구의 힘을 빌렸느냐? 상대방의 반응은 잠시 내려 놓고, 나는 애초 이 일을 왜 시작하려고 했는지,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하느님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다면 일단은 그걸로 만족하자. 하느님 앞에 앉았을 때 떳떳한 일이고, 잘 안되거나 오해를 사도 내 진심이 당당하다면 결과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그러니 매번 제일 먼저 나 자신에게 묻자. “너는 누구의 힘을 빌렸느냐?”

가장 먼저 하느님 앞에서 묻자. “하느님, 이건 내게 중요한 일인가요, 그 자체로 중요한 일, 바로 당신의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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