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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1,1-13(훈화) 본문
질문부터 하나 할까요? 다른 사람을 봤을 때 장점이 먼저 보이나요, 단점이 보이나요? 물론 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단점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도 많이 남는게...수녀라고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우선 1독서부터 살펴보면...하느님께서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이 너무 무거워 쓸어버리시려고 합니다. 그때 아브라함이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하면서 말리지요. 그래서 시작된 의인 쉰명이 줄고 줄어 의인 열명을 찾을 수 있다면 쓸어버릴 거냐고 묻게 되는데, 하느님 대답이 걸작입니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소돔과 고모라를 파멸시키는 최후 조건은 죄악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의인입니다. 비록 죄가 가득하되 의인을 잊지 않으십니다.
이번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 죄를 용서받는 조건은 우리가 얼마나 덕행을 많이 쌓았느냐, 반대로 얼마나 죄와 허물이 없느냐가 아니라 ‘내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주는 것’에 있습니다. 즉 내 허물만으로 내가 판단받지 않고, 허물과 죄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용서해주고자 하는 노력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판단 기준은 나의 단점이 아니라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있는 장점(변화하려는 노력)’에 있습니다. 내 죄악만 가지고 판단하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요? 혹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자 저카는거 보이 다른 거는 안봐도 뻔하다~’하시는 건 아닌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눈에 먼저 들어오고 기억에 오래 남아있기 마련인 단점을 제쳐두고 장점을 찾는다는 건...우리 힘으로 안 됩니다. 오늘 복음은 한번 보세요. 주님의 기도에 관한 분량만큼 ‘끊임없이 기도하라’라는 말씀을 연달아 하십니다. 그것도 모자라 ‘구하시오, 찾으시오, 두드리시오’라는 말씀도 덧붙이십니다. 하나의 용서를 위해서는 2배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가르쳐주시는듯 합니다.
더운 여름, 하느님이 우리를 보시는 그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내 마음 안에 시원한 성령의 바람이 불 수 있도록..함께 노력할까요?
2007.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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