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어쩌면 내 용서는 처음부터 조건부였다 싶다 본문

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어쩌면 내 용서는 처음부터 조건부였다 싶다

하나 뿐인 마음 2013. 6. 28. 08:26

2007.12.4.

 

복사단 총무녀석이 점차 소위 잘나가는 애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말려서 복사단에서도 나가야 했는데, 그녀석이 맡았던 장부를 잠시 내가 들고있다가 신부님, 수녀님 명목으로 15만원이 지출된 걸 알게됐다.

잠시 멍~. 나도 받은게없고 신부님도 물론 받은게 없었다. 며칠 고민한 뒤에 녀석을 만나서 물어보기로 했다. 그녀석 집은 가난하다. 아버지가 신장 투석중이시고 어머니가 돈을 버시기 때문에... 난 그 나이에 돈들고 있으면 유혹이 심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래도 되는건 아니지만,,,

만나기전, 용서해줄 마음부터 먹고 있었다. 대신 미사 교리 절대로 빠지지 않겠다고 예수님하고의 약속은 받아내리라 싶었다. 그 녀석 장래를 생각하면 15만원이 뭐그리 아까우랴. 오히려 복사단 짤리고 교리 못나가는게 장래를 위해선 더 나쁘다 싶었다.

근데...그 녀석을 만나서 물었다. 웃어가면서 "솔직히만 말해주면 돼. 이거 뭐냐?" 했더니..씩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불우이웃돕기 했다치면 안돼요?" 잘못했다 한마디없고, 기죽지도 않고...오히려 너무 당당하게... 당황스러웠다.

착하면 용서해주리라 했었던가...뉘우치면 용서해주리라 싶었던가...예수님의 무조건적 용서가 무엇이었던가...너무 당황스럽다. 저렇게 뻔뻔(?)하게 나올줄은 몰랐다...아버지라면 우쨌을까...십자가에 달려 침묵하고 있는 예수님 앞에서, 그녀석옆에 앉아서...

어쩌면 내 용서는 처음부터 조건부였다 싶다. 끝까지 믿어주고 받아줄것... 더 멀리 보고, 기다릴것...

휴..어렵다, 근데.

'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불을 뽑았었다  (0) 2013.06.28
Thy will be done.....  (0) 2013.06.28
Cantare amantis est!  (0) 2013.06.28
"하나만 주시면 안돼요?"  (0) 2013.06.28
수녀처럼(?) 보이는 게 맘에 안들었다  (0) 2013.06.2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