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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Cantare amantis est! 본문
2007.11.20.
추수감사절 축제.
본당 음악회. 성가대 담당인 나는 이 음악회 준비로 사실 좀 분주했었다. 연습 막바지에 이르러 한숨 놓을려는데, 수녀님들도 한코너 해서 노래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이 들어왔다.
난...사실 무슨 "해야하는" 일이 아니면 언젠가부터 노래하기를 싫어했다. 특히 수녀원 가서는 입회 전부터 얼굴이 알려진터라 "쓰일 일"이 많았고..고백컨대 많이 많이 힘들었다.아버지 주신 이노무 목소리가 가끔은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수련자쯤 되었을 땐 노래하기 싫은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어떨 땐 욕얻어먹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마 노래 자체보다 건들면 터질듯한 아슬아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탓도 클 것이다.
게다가 대축일 시편창을 하고 제대에서 내려오면 그 쏟아지는 눈빛이 두려웠다. 정말 좋은 맘으로 말하는 일부 수녀님들의 "로마나는 정말 기도를 열심히 하나봐. 자기 노래는 소리가 아니야 기도같애..." 정말이지 화가 날 정도로 부끄러웠다. 난...그렇지 않단 말이야. 제발 나이게 그런 칭찬을 하지 말아달란 말이야...날 모르는 거야....목소리 주신분께 고맙긴 하지만...내 노래에 맞는 기도는...아직 아니란 말이야.
부담이 태산같이 쌓이고... 하여간 그렇게 난 노래하는걸 어느새 부담으로 껴안고 피하고 다녔다. 신암동에 갔을 때도 나보다 먼저 도착한 그 소문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그래서...한번도, 노래하지 않았다. 떠나기 마지막 교사들 앞에서 술김에 슬쩍 불러주긴 했지만...그건 사실 노래가 아니라 고맙고, 아쉬운 그냥 그런 인사였다.
그렇게 있다가 며칠 전 부탁을 받은 것이다.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었다. 사실 그래서 둘러서 말한게 "원장 수녀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였다. 내심 은근히 대충 흘려서 이야기할 계획이었기에. 그런데 난리났다. 두분 다 너무 좋아하시는 거였다.
그날 밤... 혼자 누워 생각했다. 이분들이 좋아하시는 이유는 뭘까.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뭘까... 마음을 잡았어도 ... 하겠다 한마디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감기 핑계도 대고 성가대 일이 너무 크다는 불평도 해보고 사실 피곤해서 아토피도 극성이고 코도 꽉 막혔었다... 결국은 내가 지고 예수님이 이겼다. 날 이리로 보내신 예수님의 승리...
연습 딱 한번하고 무대에 올랐다. 함께 사는 수녀님이 노래를 잘해서 서로 잘 어울렸다. 어울림이라는 거... 오랜만에 예수님 앞에서 혼자 노래하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 찬양부 하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할 때도 난 홀로 예수님 앞에서 노래하는 기분이었다. 그분께 속삭이며 그분께 내 목소리를 들어올렸다.
오랜만에 예수님께 노래했다. 행사가 아니라 임무가 아니라... 당신께 노래하고 싶었던 내 기도가 다시 울려퍼진 날...
닫혀진 내마음이 다시 열리고 내 기도가 소리가 되어 다시한번 하늘로 올라간 날...
Cantare amantis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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