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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폴 오빠 본문
며칠 전 폴오빠를 만났다. 몇번 허탕을 친 후 학교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근데.. 허옇게 부은 얼굴의 오빠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해줬다. 서먹함도 잠시, 6년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지. 대뜸 오빠는 "나 요새 성당 안간다. 나를 위해서 기도해도"한다. 말 안해도 알겠다. 하루 벌이가 만원도 안되는데 택시 타고 우째 성당을 가노? 글쎄, 수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와도 되는지..."잘 했다"해버렸다. 돈없는데 굶어가며 택시 타고 성당 나오는 걸 보면 하느님 마음은 오죽하실까? 가슴이 멍한 것이 뭔가가 훓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몸도 더 안좋아지고, 시를 쓰던 가슴도 세상에 파묻혔고, 그 좁은 공간에서 오빠는 하루종일 라면으로 연명해가며 친구들에게서도 잊혀지고 있다. 오빠가 불쌍해서이기도 하지만, 오빠에 비해 내가 너무 풍족해서 가슴이 아팠다. 예수님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사랑할려고 수녀원에 왔는데, 나는 너무도 무력하다. 수련자 준다는 핑계로 과자를 몇개 샀다. 돈 안받는다는 오빠한테 손사래까지 쳐가며 돈 많다고 떵떵거렸지.. 성당에 오자마자 오빠 줄려고 십자가까지 하나 샀는데, 글쎄... 마음이 아파서 다시 오빠를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맘 약한 김희경. 이래저래 주저하기만 하니... 사랑하는 예수님, 이 세상에 당신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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