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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마르코 1장 (19)
깊이에의 강요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4) 오늘은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이라는 구절에서 마음이 멈췄다. 사랑하는 이가 더 큰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는 걸 알게 된 비애, 그에게 닥쳐올 일과 그를 잃어야 함을 알기에 느끼는 비통함. 요한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한 후 가눌 수 없는 비통과 비애를 안은 채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하러 걸음을 떼셨을 예수를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고 단호하고 묵직한 걸음을 떼며 갈릴래아로 가셨을 예수.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허투루 떼지 않고 나아가셨을 예수. 가끔 비참하고 서글프고 고적하더라도, 이 예수의 뒤..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마르 1,10) 요한은 이미 말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요한이 이렇게 말한 후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요한은 그분을 가리켜 자신은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했으며,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를 나도 듣고 싶었다. 성령이 내려오시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시고 내가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임을 알려주는 그 목소리가 내 안에 울려 퍼져 내 온 존..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마르 1,34) 많은 이를 고쳐주시면서도 마귀들이 말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으셨음에 머문다. 못하던 것을 하게 되는 것도 치유이고, 하던 것을 멈추는 것도 치유이다. 멈춰야 하는 것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마르 1,38) 예수님께서는 치유 이후의 반응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신다. 사람들의 환호나 외면에도 그닥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하신다. 나도 나의 일을 해야겠다. 나의 일터, '그곳에도 내가'(38절).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마르 1,18) 그렇게 길러지기도 했지만, 책임강박이 있다.뒤돌아보니 내 건강을 해친 큰 이유이기도 했다.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께 간다는 건,지금 이 순간 완성되지 않았더라도부족한 채로 예수님께 방향을 트는 일. 방향을 틀어야할 때, 내 곁에 있어준 이들을 생각해본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마르 1,9) 굳이 이렇게까지... 싶을 때 떠올려보는 장면. 예수는 죄를 고백할 일도, 회개할 일도, 세례를 받을 이유도 없었지만 온전한 자세로 세례를 받으셨다. 살다보면 행함 자체가 중요할 때가 있듯이...
Angels ministering to Jesus after the Devil has left him, 1897. (Matthew 4). Illustration by JJ Tissot for his Life of Our Saviour Jesus Christ. (1897). 다른 복음과 달리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이 유혹 사화에는악마나 유혹자가 호기롭게 나타나 예수님을 꾀는 장면도 나오지 않고 예수님이 담대하게 유혹을 뿌리치며 승리하는 장면도 없다. 담담하게 유혹을 사십 일 동안 받았음만 전하며 오히려 들짐승과 함께 지내셨다는 것, 천사들이 시중을 들었다는 것을 덧붙여서 그분이 승리자이심을 조금은 건조하고 간결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난, 그분의 고뇌가 드러나지 않은 이 마르코 복음의 유혹 사화를 그닥 ..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마르 1,31) 이 이야기는 내게 늘 어려운 묵상 중 하나였다. 왜 성경엔 종과 천사(천사는 하느님께만 시중을 들었다) 말고는 여자만 시중을 드는 것인가,왜 이 여인은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사위의 친구들 시중을 드는 것인가,왜 성경은 지극하게 여인을 보살피며 시중 드는 남자는 찾아볼 수 없는가. 이 부분을 묵상할 때마다 올라오는 '부당하다'는 생각,더불어 속상하고 서운해서 묵직하게 속에서부터 아파오는 이 감정과 통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말없이 이 여인을 계속 따라가 보았다. 고된 하루 일상(그 당시 보통의 여인들은 모두 새벽 물긷는 것부터 시작하여 하루가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을 그려보고결국 아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