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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1,9-11 내 탓이 아니더라도, 꼭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야하는 길이 있다 #dailyreading 본문
마르 1,9-11 내 탓이 아니더라도, 꼭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야하는 길이 있다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1. 1. 10. 11:39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마르 1,10)
요한은 이미 말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요한이 이렇게 말한 후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요한은 그분을 가리켜 자신은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했으며,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를 나도 듣고 싶었다. 성령이 내려오시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시고 내가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임을 알려주는 그 목소리가 내 안에 울려 퍼져 내 온 존재를 가득 채워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못가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내 나는 '곧 하늘이 갈라지기' 바로 직전의 장면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세례를 받으신 후 뭍으로 나오시는 예수님을 오래도록 마음 속으로 그려보았다.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셨던 예수님. 요한은 사람들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죄를 지어 세례를 받으신 것이 아니라 죄 지은 인간을 씻어 구속(救贖)하시기 위해 세례를 받으셨다. 죄를 짓지도 않으셨고 회개할 일도 없으신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모범을 보이려고 앞장 서 제일 먼저 보란 듯이 세례를 받으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 틈에 서서 요란스럽지 않게 세례를 받으셨고, 하느님이 인간으로 내려오신 것도 모자라 요르단에서 다시 한 번 물 아래로 내려가셨으며, 요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엎드릴 이유도 없는 분이 엎드리시어 피조물이 주는 세례를 받으셨다. 이렇게 내 탓이 아니더라도, 꼭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야하는 길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하고, 밥을 먹은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먼저 온 사람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버리지 않았어도 떨어진 휴지를 줍는 사람, 함께 넘어졌어도 손 내밀어 상대를 먼저 일으키는 사람, 모진 사람들에게서 버려진 동물들을 거두어 먹이고 입히는 사람, 자신은 안전해도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위험을 알리는 사람도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 길을 가야한다. 이 길을 아는 사람, 이 길이 필요함을 아는 사람이 이 길을 간다. 그리고, 이 길 앞에 선 사람이 이 길을 간다.
다시 복음으로 돌아와 그렇게 바라던 장면을 다시 그려본다.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다시 내 삶으로 돌아와,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길을 생각한다.
(이 그림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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