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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5 (11)
깊이에의 강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요한 13,16) 이 구절이 마치 ‘너는 결코 나보다 높아질 수 없다’는 말로 들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말씀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에 하신 말씀이다. 제자들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어줘야 할 때, 다른 사람들을 높이고 스스로 낮아져야 할 때, 섬김을 받기보다 섬겨야 할 때, 모범을 보이신 스승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스승의 마음으로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줄 수 있다는 걸, 발을 씻어주신 스승은 우리를 종이 아니라 벗이라 부르신다는 걸 기억하도록... 간혹 내 일이 나를 낮춘다 싶어 자존심이 상할 때, 내 발을 씻으셨어도 예수님은 예수님이셨음을 기억하자. 지금의 나를 위해 잡히..
신형철 시화. 난다.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 중에서) 신형철의 신작이긴 하지만, 수년 전 한겨레에 연재한 '신형철의 격주시화'를 수정, 보완해서 낸 책이다. 읽은 글도 분명 제법 있었을텐데 하나하나 새로웠던 건 그때와 지금의 '나'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오십이 되어 생각한 '인생'이라는 주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반백년의 경험을 어루만져가며 책을 읽었다고 할까..
오늘 복음에는 제자 2명의 질문와 부탁이 나옵니다.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알고 싶다는 토마스의 질문과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부탁인데요, 이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을까요?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라는 토마스의 질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라고 하셨습니다. 즉, 그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을 통해서’라는 것이지요. 이제 필립보를 볼까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8절)라는 부탁에는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