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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성소자 모임방인 다락방에 걸려있는 사진이다.나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피할 수 없는 고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건내 수련기 시작의 목표였고,내 수련기 8일피정의 주제였고,내 첫서원 때 드린 기도였다.
장장 2주일간의 시험기간을 끝내고(장하다, 김희경!!)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미사 마치자마자 삶은 감자 2개로 아침을 해결하며(~ing) 서둘러 농장으로. 7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과거 7시는 내게 새벽이었는데ㅠㅠ) 햇빛은 대단했다. 햇살이 뜨거워 농장 가는 길 내내 아래만 쳐다보다 어느새 고무신에 눈길이 머물었다.230사이즈의 하얀 남자 고무신. 입회할 때 사온 거다. 성소담당 수녀님께서는 엄마랑 장보는 사람은 고무신을 따로 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무리 하느님께 시집간다지만, 꽃신도 아니고 여자고무신도 아니고 허연 남자고무신을 입회물품으로 준비한다는 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해드릴거라고...나야 함께 갈 엄마도 안계셨으니, 혼자서 떨래떨래 서문시장에 가서 별 슬픈(?) 마음도 없이 사긴 샀었지. ..
입회전 규칙서를 읽고 가장 놀랐던 건,'이래라' '저래라'가 아니라'아빠스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수도원 당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등등정체성에 관한 질문이었다.베네딕도 규칙서가 제시하는 건 틀이 아니라도움닫기를 향한 발판이었다.
피정 내내 점심을 먹고는 묵주를 들고 수녀원 동산을 올랐다.동산 끝에 위치한 수도자 묘지...매일매일 선배님들 누워 계신 이곳에 들러수녀님들의 안식을 위해, 우리 수도회를 위한 전구자 되어주시길 기도했다. 화려한 장식은 물론 봉분도 없이 검박하기 짝이 없는 수도자의 묘.살아서도 죽어서도 높고 낮음 없이 나란히 줄지은 수도자들.소박하게 출생, 서원, 선종만을 알리는 비석마저도높게 세워지지 않고 조용히 누워 수도자들의 낮아짐과 함께 한다.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처럼우리의 삶 역시 바닥이어야 함을 알려주는 수도자 묘지.얼마되지 않는 무덤을 지키는 투박한 나무 십자가도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돌아서서 내려오는 우리들이 더욱 침묵하게 되는 건어디까지가 무덤이고 어디부터가 바닥인지조차 알 수 없는선배 수녀님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