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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본문

雜食性 人間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하나 뿐인 마음 2013. 4. 28. 06:5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느 작가가 이 책을 읽었다는 튓을 보고 어쩌다 '환유, 즐겁게 놀다' 블로그에서 책소개를 읽고 나서 이 책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한국 책방을 들러봐도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엄청난 택배비를 들여 주문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다 친구가 올린 글을 보고 한마디 덧붙였다가 성석제 책 두 권과 함께 선물처럼 후다닥 내 앞에 날아왔다. 30년 후의 세상에서 나미야 잡화점 우유통 속으로 불쑥불쑥 날아온 조언처럼 이 책도 예상도 못한 방법으로 말이다.

 

도둑질에 실패한 삼인조 도둑이 우연히 숨어든 곳에서 발견한 고민 편지를 놓고 좌충우돌, 우왕좌왕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 일어난 30년 동안의 이야기. 나는 무심결에 이 도둑 셋을 무지 찌질한 남자들로 설정해 놓고 읽어내려갔는데, "쇼타의 말이 맞는다고 해도 그런 이상한 세계와는 엮이지 않는게 낫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어느 누구도 구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제 몸은 제 스스로 지켜야 하는 처지다.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 필요 이상으로 타인과 엮여 봤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던 이들이 결국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는 게 옳다"라는 결론을 내려주더라. 이런 결론은 매우 놀라우면서도 흥미롭고 귀엽기까지 했다. 게다가 찌질한 삼인조 도둑들이 해결 방안을 고민하면서 양쪽 모두의 심정을 이해하려고까지 하다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전 작품들과의 차이가 던져주는 놀라움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우선시되는 역할이 '조언자'인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고민을 품고 사는 사람이기에 나와 상대를 같은 처지에 놓아둘 줄 알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신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조언을 구해오는 사람들보다 더 나을 게 없는 처지임을 잘 알았기에 그들은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었다. 

 

마음은 물과도 같아 높은 곳으로는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는 것 같다.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다 라는 생각은 상대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오히려 나는 너에게 충고를 해줄만한 깜냥이 못된다는 솔직한 겸손은 상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흐르게 만든다. 그리고 마음을 놓은 상대에게로 다시 내 마음이 조용히 흘러간다.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애초 이 일을 시작했던 나미야씨의 이야기다. 아내를 보내고 혼자 남은 나미야씨는 살아갈 기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날부터 다시 생기를 되찾은듯 보였는데, 그 계기가 바로 이 고민 편지를 상담하는 일이었다. 시시껄렁한 장난 같은 고민에 유머가 가득한 대답을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에게 그가 보내는 상담편지의 내용은 속이 후련해지는 결론을 내려주는것도 아니었고 남이 생각지도 못한 놀랄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무작정 위로하려고 덤비지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결론일지라도 함부로 섣불리 말하는 않는 것!"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기분이 좋아지는 책. 괜히 옆에 서 있다가 나도 위로받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 지는 책. 정미에게서 선물을 받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게도 다니기 싫던 대학을 그래도 끝까지 다닌 보람이 있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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