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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내 이유의 하느님 본문

vita contemplativa

내 이유의 하느님

하나 뿐인 마음 2013. 4. 16. 07:08

 


하느님, 찾아오시어 들어주소서.

가슴 터질 듯한 이내 서러움은 내 안에서만 휘몰아칠 뿐

소리가 되어 날아가지 못하기에

오직 당신께서만 들으실 수 있음입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나만큼 불쌍한 여기셔야할 사람들,

아무런 악의도 없는 그들이었건만

그들이 쏜 화살은 나를 명중하여 쓰러뜨렸고

어지러운 세상의 파도마저 휘몰아쳐 나를 덮치더니

내 손은 텅 비었고 주먹을 쥐어볼 힘마저 다 빠졌습니다.

 

내 옆을 지키던 사람들조차 파도에 밀려 떠내려갔고

태초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듯

오직 혼자 쓰러져 있습니다.

 

흐느낌은 울음으로 바뀌고 목은 다 쉬어가건만

들어주는 이 어디에도 없고

이제는 당신을 부를 수도 없기에

목소리도 사라졌습니다.

 

한 마리의 새는 자유로운 몸짓으로 하늘을 날다가

이내 눈으로 그 가는 곳 쫓을 새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바람조차 잠들었습니다.

 

곧 어둠이 내리고 차가운 적막만이 나를 찾아올 것입니다

내 존재를 허락하신 분이시깅 나를 잊으실 리 없건만

부은 두 눈 들어 당신을 찾아봐도

어디에도 온데 간데 없으시니

 

이 모든 이유(理由)의 하느님,

아무도 알 수 없는 내 심장의 고통을 알아주소서.

뼛속으로만 흐르는 내 피의 서러움을 알아주소서.

아무도 듣지 못하는 가슴속 절규를 들어주소서.

 

그리하시면 수많은 또 다른 나의 고통을 듣겠나이다.

그들의 서러움을 알아주고

그들의 절규에 응답하겠나이다.

그들 상처를 싸매기 위해 일어서겠나이다.

이것이 내 존재의 理由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내 고통의 理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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