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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3,1-9 본문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와닿는 구절하고는....후후
예수님의 "기다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래, 요즘은 내가 엄청 넓은 포도밭에 심어진 무화과나무 같다. 수많은 포도나무에 둘러싸여 주눅이 들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한 방울 마시는 것도 눈치 보이고, 열매가 보이지 않으면 그나마 비슷할텐데, 잘못해서 열매라도 맺었다가는 내가 포도가 아니라는 게 드러날테니 생각만으로도 자꾸만 주눅이 드는 시간. 평범한 나무이면서도 뿌리 내리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맺는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간. 내가 왜 여기에 심어졌을까를 고민하는 시간.
그러나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시는 예수님이 계신다. 나의 열매를 기다리시는 예수님. 내 열매는 포도나무들 보라고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물주시고 거름을 주시며 나를 키우시기 때문에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며, 무화과나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화가나무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무 큰 힘을 내려고 하지 말자. 서둘러 꽃피우고 열매 맺으려고도 하지 말자.
하느님 섭리에 나를 온전히 맡길 줄 아는 것도 회개일테다.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보다, 예수님이 나를 기다리시는 시간이 더 오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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