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요한 21,5-6 오른쪽으로 #dailyreading 본문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요한 21,5-6)
오늘 묵상은 '못 잡았습니다'란 말에 멈췄다.
그런데 실망스럽지 않고 편안했다.
이제 이분 앞에서는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괜찮다는 걸 조금은 알기 때문일까.
그날도 제자들은 늘 하던 대로 늘 던지던 방향으로 그물을 던졌을 것이다.
수십 년 물고기를 잡으며 누구보다 물고기의 방향을, 물고기가 모이는 장소를 알기에
최선을 다해 그물을 던졌을 것이다.
어쩌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벅찬 마음과 함께 자리한 두려움, 허탈함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아침이 될 때까지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며 열심히 그물을 던지고 또 최선을 다해 건졌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장소를 옮겨 다른 배에 오를 필요도 없고, 지금보다 더 큰 힘을 주거나 더 좋은 그물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방향을 살짝 바꿔서,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면 되는 일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는 건, 부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일상에서 방향을 조금 돌려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옳다고 믿었던 방법을, 가장 좋은 길이라 믿었던 바로 '그것'을 잊고
그분께로 방향을 바꾸는 것.
이미 물고기도 빵도 있으셨지만 예수님은 우리가 방금 잡은 고기를 가져와 보라고 하신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가, 우리가 필요하신 예수님.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물고기 모두를 바라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물을 끌어올릴 수도 없을 만큼 고기가 많이 잡혔지만 결국 필요한 건 '몇 마리' 뿐.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그분 앞에서는 그저 그런 일일 뿐이다.
이렇게 묵상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여전히 편안했다.
나도 이미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12절).
오늘은 성당에 앉아 십자가 쪽으로 방향을 조금 더 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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