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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본문
정지아 지음. 창비.
피하지 않고 온전히 겪어낸 사람만이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이야기. 살아냈기에 웃으며 할 수 있는 말. 누군가는 킥킥 웃어가며 재밌게 읽었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올해의 책이라고 했다. 제목이 얼마 전 유행했던 드라마 제목과 비슷해서 내심 시원찮을 거라(작가님, 죄송합니다...) 생각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뒤늦게 시작해서 나혼자 빠져들었다.
내 부모는 평등한 세상이 곧 다가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에서 기꺼이 죽은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다.
쭉정이들만 남아서 겨우겨우 살고 있노라,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삶이 부러워 미웁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짐작은 할 것 같았다.
저녁 반주로 소주를 걸치시고 말없이 노을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댔다. 어린 나는 몰랐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뒷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읽어내게 된다. 나도 이제는 '짐작은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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