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일기 본문

雜食性 人間

일기

하나 뿐인 마음 2022. 2. 17. 15:00

황정은 에세이. 창비.

화가 나면 잘 내뱉는 혼잣말이 있다. ‘더 이상 애쓰지 않을 거야.’ 뭘 그리 바등바등 애쓰며 사나 싶다가도, 애쓰는 마음이 없다면 그대로 말라 바스라지지 않을까, 우리 세상이… 한다. 함께 살려면 마지막까지 애써보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또 생각한다.

수천 번 수만 번 ‘더 이상 애쓰지 않을 거야.’를 혼자 외친다 해도 결국 다시 한 번, 마지막까지 애써보는 삶을 끝까지 살아가야겠다.


p.20
"타인의 애쓰는 삶은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p.38
"남이 고통을 겪을까 염려하는 마음. 그게 이미 있다고 믿는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외부에서 발생한 거대한 고통과 이미 접촉한 적이 있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고통스럽고도 경이로운 공동의 경험을 통해 이미 배운 적이 있다. 2014년과 2016년 사이에. 그래도, 여전히."

p.41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무사(無事)는 누군가의 분투를 대가로 치르고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p.4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숨 막히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이 고요의 성질에 질식이라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아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고 이렇게 유지하는 고요가 그래도, 그래서, 나는 좀 징그럽습니다."

p.60
"제도란 요구가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마련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구조에 그걸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매번 미안하다는 손글씨 릴레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몇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p.128
"차별받았다는 생각으로 분노할 줄은 알지만 차별한다는 자각은 없는 삶들."

p.133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p.141
"조금만 경계심이 풀려도 누군가를 즉시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이 복잡해 한참 앉아 있었다."

p.160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p.164
"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에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늘어간다. 용서하지 못할 사람과 차마 용서를 청하지 못할 사람이 늘어가는 일이기도 한데 그건 내가 살아 있어서. 그리고 나는 그게 괜찮다."

p.180
"지금 내 삶은 그 일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일들이 내 삶에 있었고 나는 삶과 읽기와 쓰기를 통해 조금씩 학습하면서 본의든 아니든 조금씩 변해왔다. 그 일은 내 전부가 될 수 없다. 거울은 여전히 내게 문제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제 내 얼굴의 흔을 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를 탓하지 않는다. 그 일들을 내가 원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雜食性 人間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무엇을 믿는가  (0) 2022.02.24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0) 2022.02.22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2) 2022.02.12
기러기  (0) 2022.01.19
피프티 피플  (0) 2022.01.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