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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2,1-11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2장

요한 2,1-11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하나 뿐인 마음 2022. 1. 16. 17:32

유아 세례를 받았고 아기 때부터 성당을 다녔지만 이십 대 이전까지는 수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싫어서는 아니고, 그냥 나의 선택에 지금의 삶이 없었다. 이후 교리교사를 하면서, 성경 모임을 하면서 여지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내 마음 속 갈망을 조금씩 발견했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해도 될까. 나는 수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느님을 더 잘 따르고 싶었다. 세상엔 좋은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고 내게 가장 좋은 일이었다. 기도를 해도 봉사를 해도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느님께로 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수도삶이 최선이었고, 나는 그렇게 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혼자 되뇌어본다. 내 목표는 수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5절) 술이 떨어졌는데 물독에, 그것도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에 물을 채우라는 말을 일꾼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일꾼들은 물독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때라도 예수님의 말씀에 따랐다. 말씀에 따라 물독에 물이 부어지고 하나하나 채워지는 동안, 말씀에 따라 퍼날라진 물이 과방장에게 전해지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맛만 본 과방장은 그것이 좋은 포도주인 것은 알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알 순 없었던 반면 시키는 대로 했던,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9절).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지라도, 말씀에 따랐기에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이 복음 속 예수님의 목표도, 성모님의 목표도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목표가 그저 수녀가 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을 퍼간 일꾼들만이, 시키는 대로 한 일꾼들만이 알 수 있는 그것을 나도 알기를 원한다. 종종 길을 잃어 헤맬 때도 있지만, 나는 과방장이 아니라 일꾼이 되고자 한다.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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