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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15,29-37 때론 아픈 나를, 때론 아파하는 다른 누군가를,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매순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는 삶 본문
마태 15,29-37 때론 아픈 나를, 때론 아파하는 다른 누군가를,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매순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는 삶
하나 뿐인 마음 2020. 12. 2. 22:19
많은 군중이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마태 15,30)
오늘 묵상 때는 눈을 감고 조용히 복음 장면을 그려봤다. 예수님께서 호숫가로 가시고, 다시 산에 오르셔서 자리를 잡으시는 장면. 누군가를 기다리듯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 먼저 자리를 잡으셨다. 곧 예수님께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다가가는 장면을 마음 속으로 그려봤다.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근심과 아픔이 여전하지만 새롭게 품은 희망을 간직한 표정. 믿고 안믿고를 떠나 예수님께 무심할 수는 없는 사람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나지막한 오르막을 오르는 그들을 상상해보다가, 아무도 홀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갔고,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혼자서만 예수님께 다가가지 않았던 사람들.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갔기에 그들은 함께 먹었다.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이 일곱 바구니에 가득 찰 만큼, 넘치게 받았다. 그래, 함께 갔기에 함께 먹었다, 넘치도록.
본원에 머무는 요즘은 2층 성당에서 기도를 한다. 아침 성무일도를 바치며 1층에서 소복하게 모여 기도를 하는 수녀님들을 내려다보다 문득, 우리는 홀로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모든 걸 내려 놓고 뒤로 한 채, 홀로 뚜벅뚜벅 예수님께로 나아온 것이 아닌가. 홀로 떠나온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다시 저녁 성무일도를 바치며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알 것 같았다. 겉으론 멀쩡했을지 모르는 나이지만 나는 홀로 오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겨우 걸음을 떼는, 보이지 않아 그만 주저하고 싶은, 못다한 말을 남몰래 손엣가시처럼 품고 있는 나도 함께 왔다. 우리들의 삶은 잘못과 후회, 아픔과 약함마저 함께 그분 발치에 놓아두는 삶. 그리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끊임 없이 함께 그분께 다가선다. 때론 아픈 나를, 때론 아파하는 다른 누군가를,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매순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는 삶. 혼자서만 가지 않는 삶.
성무일도를 바치고 난 후 제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인 후 뒤돌아 나오는 수녀님들 표정을 보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먹이신 사천 명 군중들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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