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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20,19-23 닫아 건 내 안으로 그분은 어떻게 오셨는가 본문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19절a)
마치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던 제자들처럼 나도 수시로 문을 잠가 놓고 산다. 닫는 정도가 아니라 잠가 놓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다가와 문을 여는 노력조차 아무 소용이 없도록 그렇게 문을 잠글 때가 있다. 그 날, 제자들도 그랬나 보다.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잠가 놓았는데 예수님이 오셨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19절b)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셨다. 문을 잠갔는데도 오셨다. 그 날 예수님이 어떻게 들어오실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은 부질 없겠지만, 빗장까지 걸어놓은 내 안으로 어떻게 들어오셨을까를 묵상해 보는 것은 필요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꽁꽁 닫아 건 내 안으로 그분은 어떻게 오셨는가. 피하고 싶고, 안보고 싶고, 모르고 싶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나는 내 안으로 도망쳤고, 빛마저 차단한 채 내 마음을 어둡고 서늘하게 만들었는데 어찌하여 오실 수 있었는가. 묵상이 잘 되지 않아서 어둡고 서늘한 내 마음 한 구석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 그저 눈을 감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알 것 같았다. 그분은 들어오신 것이 아니라 나간 적이 없으신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둡고 서늘한 내 마음 구석 어딘가에 계시면서 빛으로 내 안을 채우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용서하지 못해 잠가버린 내 마음 문을 굳이 나 스스로가 열게 하시려고, 나 스스로가 빗장을 풀고 나가게 하시려고 말이다. "평화가 너와 함께!"
갇힌 건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걸어 잠근 내 안에서, 나는 나를 가두었다. 그런데 그 곳에, 나와 함께 갇힌 분이 계셨다. 나에 의해서 갇히셨지만, 나를 위해서 갇히신 분. 예수.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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