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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너 없이 걸었다 본문

雜食性 人間

너 없이 걸었다

하나 뿐인 마음 2019. 10. 2. 23:52


허수경 에세이. 난다. 


삶을 진실하게 만드는 길을 걸었던 이야기. 풍경과 주고 받은 말들. 길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그 이야기 속으로, 그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 간 허수경 시인.


"마음은 언제나 ‘나’로 향해 있는 인간의 이기심. 그 가운데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에 대한 이기심은 속절없고 아리다. 그렇게 ‘너’에 열중해 있으면서도 나는 혼자만의 방을 그리워했지."

"누군가의 억울한 일을 잊어버리면서 인간은 짐승이 되어간다."

"한 산책자가 나무들이 장악한 제국으로 들어온다. 가지각색의 나무들. 무엇보다도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들. 가득한 잎들 사이사이, 문득문득 보이는 하늘, 햇살. 산책자는 그 사이를 본다. 꿈의 짐승들로 가득찬 숲. 이것은 산책자의 내면이다. 산책자의 내면은 일렁이는 꿈의 무늬로 가득하다. 그 산책자가 지금 보는 숲은 그의 내면에서 나온 꿈의 짐승들로 가득하다. 푸름의 그늘은 정지되어 있는 그늘이 아니다. 바람이 나뭇가지와 잎들 사이를 지나갈 때 그늘은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시끄럽게. 그 밑을 산책자는 너를 생각하면서 걷는다. 너는 언젠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부재중. 나는 너에게로 가고 너는 나에게로 온다. 이 일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향하고 있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

"따뜻한 인간은 언제나 따뜻하게 닿는 거, 이게 우리가 인간이라는 믿음의 기반이지요."

"어떤 시간도 혼자 흐르지 않는다.
어떤 시간도 함께 흐르지만은 않는다.
어떤 시간도 절대적으로 고독하여 기어이 불을 꺼뜨리지 않는다."

"시를 읽는 어떤 시간은 이런 시간이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을 새로 발견하고는 그 시간으로 들어가보는 것."

"아무리 새 사람을 만나도 영원히 내 내면에서 걷거나 뛰거나 앉아 있거나 슬퍼하거나 즐거워하는 옛사람들. 선연히 저 벽돌담처럼 햇살을 받으며 내 마음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그들이 있는 어느 날. 마음의 지층 아래에서 숨쉬고 있었던 그 모든 것에게 붙일 이름이 있다면 그리움이라는 이름 말고 또 어떤 이름이 있으리."

"뮌스터아 강은 예전엔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넓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강의 폭이 현저하게 좁아진 것인데,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했던 강의 길은 이렇다. 사람들에게 제 갈 길을 내주어야 했던 것이다. "

"‪기억은 인간의 내면에서 들끓는다. 사람은 그 자리에 없는데 사람의 기억만이 끓고 있는 무쇠솥이 한 인간의 몸이다. 어떤 순간에 기억은 뛰쳐나와 인간 앞에 섰다가 다시 사라진다‬. "

"잊음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성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몸짓이다."

"독일어에는 향수병을 뜻하는 ‘하임붸Heimweh’라는 말에 대칭을 이루는 ‘페른붸’라는 말이 있다. 먼Fern이라는 단어와 슬픔Weh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먼 곳을 향한 그리움, 동경 내지는 사무치게 그리운 어떤 심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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