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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겨울 숲에서 본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겨울 숲에서

하나 뿐인 마음 2018. 12. 13. 13:25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같아

나는 겨울 숲에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계절에서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마음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떠는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있는 일입니다


-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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