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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니피캇 본문
피에로 코다 지음. 이연학 옮김. 벽난로.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 얇은 책을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읽은 책. 성모님은 마치, 하느님을 향한 연가(戀歌)의 여백 같은 분이시다. 소리 내어 읊지는 않지만 빈 공간을 숨과 시간으로 메울 때 시를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는 것처럼.
"마리아는 하느님의 크심을 노래합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마리아 앞에서 작아지셨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태 속에 담길 수 있을 정도로 작아져 버리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위대하심은 당신이 사랑이시라는 데 있습니다. 사랑은 타자와 정녕 통하기 위해 자신을 남김 없이 그리고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만 하느님은 자기 자신이, 즉 사람이 되실 수 있습니다. "
"저는 마리아의 동정이 무엇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의 내면과 관계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마리아가 사랑에 가득차서 하느님께 자기를 바치고, 그분과 맺은 약속과 희망의 관계를 살아가던 깊은 내면세계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말입니다. 바로 이 내면세계에서부터 마리아는 온통 변모되었습니다. 그는 온통 하느님의 것이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는 오직 하느님의 소유일 따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강생하시면서 사람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의 아들이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로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순간, 버림받는 순간, 이 사랑은 활짝 꽃피어납니다. 이것은 타자를 자신처럼 사랑하는 나머지, 하느님을 여의기까지 이르는 그런 사랑입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타자 안에서 하느님께서 탄생하실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분을 상실할 때에만 우리를 거쳐 여러 사람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태어나십니다. 우리가 사랑 때문에 하느님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그분이 우리 안에 참으로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제일 먼저 실천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께서 ‘이웃’이 당신 곁에 존재하도록 기꺼이 결정하신다면, 그것은 그 이웃을 당신 자신처럼 사랑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신 하느님이 아닐 터입니다."
"제노바의 가타리나는 신비가 특유의 번득이는 열정으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차이에 대해 강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이기에 하느님이고, 우리는 그분의 은총으로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파악, 즉 ‘손아귀로 움켜쥘’ 수 있는 분이 아니시거든. 하느님의 신비는 네 지적 욕구와 집중력으로 소유할 수 없어. 오히려 네가 하느님께 제대로 소유되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그분의 신비를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어.”(역자의 말)"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고 싶으면 길은 오직 한 가지, 삼위일체를 사는 길 뿐이야.”(역자의 말) "
"내 앞에서 작아지시는 하느님, 나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기에, 내 보잘것없음과 허약함을 함부로 대하시지 않고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펴 주시는 하느님, 내 허락을 기다리시는 하느님.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그만 너무 많아져 버린 하느님... 사랑으로 입은 상처가 너무 깊은 이런 하느님 앞에서 우리도 그만 상처을 입게 될 때, 바로 그 때, 우리도 비로소 작아지게 됩니다.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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