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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사소한 부탁 본문

雜食性 人間

사소한 부탁

하나 뿐인 마음 2018. 9. 7. 15:27


황현산 글. 난다.

오래도록 식지 않아 여전히 따뜻한 어른의 글. ‘밤이 선생이다’는 아직 덜 읽힌 채 도시를 옮겨온 내 책장에 여전히 꽂혀 있는데 애도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아프다.

읽는 도중 아는 신부님 축일이었고 큰 바다 건너 멀리서 살기에 이북을 선물하면서 한 마디 남겼었다. “우리 눈이 어두워 예수 말고는 스승이 잘 안보이니, 글이라도 봅시다!”

트위터에서 본 것이 그분에 대한 전부나 마찬가지이지만, 내겐 참 귀한 어른 같고 선생님 같은 분이시다. 스승은 세상을 설명해주기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발견하게 한다.

p.8 "평소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이런 모순에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문학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것은 또한 미학적 시간이고 은혜의 시간이고 깨우침의 시간이다."

p.100 ~ p.101 "인간의 깊이란 의식적인 말이건 무의식적인 말이건 결국 말의 깊이인데, 한 인간이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존재의 가장 내밀한 자리와 연결된 말에서만 그 깊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p.101 "어떤 언어로 표현된 생각은, 그 생각이 어떤 것이건, 그 언어의 질을 바꾸고, 마침내는 그 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세상을 바꾼다."

p.114 "운명은 우리의 육체와 같고 우리가 딛고 선 땅과 같다. 나 자신이면서 늘 내 의지에서 벗어나는 육체는 제가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지만 죽음 뒤에까지도 우리를저 자신에게 얽어 묶는다."

p.127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우리를 다 바쳐야 한다. 그때 넘어진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p.128 "책이라는 이름의 도끼 앞에 우리를 바치는 것도 하나의 축제다. 몸을 위한 음식도 정신을 위한 음식도 겉도는 자들에게는 축제를 마련해주지 않는다."

p.144 "인간의 의식 밑바닥으로 가장 깊이 내려갈 수 있는 언어는 그 인간의 모국어다. "

p.166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전하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저마다 직면했던 운명과 그 선택을 깊은 자리까지 뜯어보아야 한다는 뜻도 된다."

p.173 "모든 인간은 자기 안에 타자를 품고 산다. 자기이면서 자기인 줄 모르는 자기, 자기라고 인정하기 싫은 자기가 자기 안에 있다는 말이다. 이 자기 안의 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의지를 훼방하지만, 많은 창조자의 예에서 보듯이 때로는 의식과 의지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이 타자가 이루어내기도 한다. 이 점은 국가와 같은 거대 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명석한 독재’가 정연하고 잘 계산된 가능성의 기치를 내걸고 실패할 때, 반항하는 사회적 타자들의 들쑥날쑥한 정신은 명석한 정신의 계산 밖으로 밀려났던 무한대의 가능성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 사회적 주체보다 사회적 타자에게서 기대되는 이유도, 민주주의가 가장 훌륭한 정치체계인 이유도 여기 있다."

p.207 "저 자신을 망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저 자신을 망친 사람은 많다. 게을러서, 의지가 부족해서, 사회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 핑계를 댈 수 있는 말은 많다. 그리고 그 변명과 핑계들은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게으름을 말할 때 늘 부지런함이 있었고, 부족한 의지를 말할 때 제 최선의 의지를 끌어내려고 애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저를 바꾸지는 못했다. 저 자신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저 자신고 바꾸지 못한다. 저 혼자만의 터전이 마음속 깊은 곳일수록 더 그렇다."

p.338 "우리는 이 깊이 없는 일상의 사막을 죽을 때까지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황무지에서도 황무지 밖을 꿈꿀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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