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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쌍차 대한문 분향소 19일차 본문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산다. 끝까지 사랑하며 살겠다 마음 먹고 수도원 문을 들어서며 한 약속, 세속을 등지겠다는 내 철없던 결의는 세상에 눈 감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조금씩 눈을 떴다. 난 세상을 떠나서 수도원에 간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한껏 껴안기 위해 하느님을 따라나선 것임을 깨달으며.
또 다시 시작된 죽음. 19일차. 더 늦지 않게 가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더울 때 조금이라도 유용했으면 싶어 마음을 담아 그린 부채를 드리고 왔다. 김주중 형제님 분향소엔 언젠가 내가 만든 묵주 하나 놓아 두고. 늘 미안하고 애닲은 마음이 한 번 다녀왔다고 사라질 리 없으니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다. 마침 KTX 해고 승무원들이 기적처럼 12년 만에 복직이 된 기분 좋은 날이었지만, 내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하는 그분들을 보며 나는 더 착잡했었다. 왜이리 이리 질기고 모진가.
그날의 기억을 조금씩 풀어놓다가 혼잣말처럼, “우리가 뭘 잘못했을까요?”하시던 조문경 형제님의 한숨과 표정이 계속 맴돈다. 나도 나의 신에게 묻는다. “이들이 뭘 잘못했나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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