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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본문
이민경 지음. 봄알람.
술술 쉽게 읽힌 건 내가 가진 경험치 때문일 테고, 끊임 없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 것 역시 내가 여성이기 때문일 테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더 많이 생각하게 된 부분은, 어릴적부터 나도 모르게 내가 행했던 여성혐오이다. 여자아이는 학급 회장을 절대 할 수 없고 몇주간에 걸쳐 수학 경시대회 모의고사를 치르고 최종 1등을 하고서도 여자아이라서 학교 대표가 될 수 없고, 성탄절이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이키 운동화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복사단도 여자아이라서 할 수 없었던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나는 밖에만 나가면 속상할 일이 많았다. 작은 좌절의 기억이 모여 나는 나도 모르게 남성성을 선호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선호했다.
어릴 적 머리를 짧은 머리를 주로 했던 나는 엄마와 시장에 가서 연한 꽃무늬 바지를 샀는데, (엄마는 내가 소꿉놀이를 잘 하지 않고 인형을 사줘도 맨날 진열만 한채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걸 서운해 하셨다. 그래서 그날도 꽃무늬 바지를 골라주셨고) 나를 본 주인 아주머니가 "이 바지는 여자애들 건데..."라고 했을 때 내심 나는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보다 '조금 덜 여자답고 조금 더 남자다운 나'가 되길 원하면서 자라났다.
그렇게 자라난 나는 성당에서 밥하고 설거지 하는 일을 (나를 포함한) 여성들이 맡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받아들였고, 운전하다가 서툰 운전자를 만나면 쉽게 '여성'이리라 단정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수학을 잘했던 것도, 인형놀이를 하지 않고 굳이 배드민턴을 들었던 것도, 성당 캠프 때 관리부에서 짐을 나르고 늦은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가구 조립이나 고장 난 물건 고치는 일을 좋아한 것도, 운전이나 컴퓨터를 굳이 더 잘하고 싶었던 것도... 내가 실제로 더 좋아한 일이기도 했지만 굳이 더 잘하고 싶었던 건 '여자라서 못하리라'는 생각에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라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여자처럼 못하지 않는구나'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들에 비해 그나마 조금 편한 세상에서 살았다. 남자 형제도 없었고 사회 생활도 짧았고 스물 일곱에 입회를 했으니 험한 경험은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언어가 절실했던 경험'은 풍부했고 지금도 풍부하다.
요즘 틈틈이 페미니즘 분야의 책을 계속 읽는 이유는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도록 일조할 수 있을까 싶어서이고,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조금 더 나설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기존의 차별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면 바꿔주고 그 차별에 피해를 입고 있다면 가르쳐줘서 바뤄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의 공동체 내에서도 부당한 부분은 조금씩 이해시키고 함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하고 더 많이 보아야 하고 더 많이 실천해야 한다.
p.44
"불평등을 논할 때는 어떤 통계자료도 부당함이 안겨준 감각보다 더 정확할 수 없습니다. 감각이 모여서 수치가 되었지, 수치가 모여 감각이 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p.51
"가부장제를 지지한다는 말이 시대에 뒤떨어진 오명 같아서 싫다는 이유만으로는 성평등주의자라 불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차별에 힘을 보태는 개인이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할 책임입니다. "
p.77
"피해자를 손쉽게 절취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목소리를 쉽게 무시할 수 있을 때 피해가 일어나고, 반복됩니다. 이때 피해자가 피해자가 된 것은 신체적 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권력 면에서 약자이기 때문일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p.77
"당신이 입을 열고, 당신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면, 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겪게 되는 상황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p.78 ~ p.79
"각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 단호하게 행동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야만 할 때 정작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서로의 노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만 해도, 분명히 존재했던 폭력과 피해자의 경험을 쉽사리 깔아뭉갤 수 없게 됩니다."
p.82
"누군가가 ‘좋게 넘어 가자’며 분노 하는 이들을 온화하게 타이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분노할 필요가 없는 기득권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득권이 설파하는 아름다운 의도는 무의미하며, 그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좀 깨닫고 예쁜 헛소리는 넣어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p.88
"나를 침해하지 말라는 선언은 무시가 아닙니다 상대가 무례하다면 당연히 거절할 자유가 있습니다. 상대가 무례하지 않았던들, 대화에 응할지는 당신의 의사와 여력 에 달려 있습니다. "
p.98 ~ p.99
"사회에 오랫동안 여성혐오가 존재했으므로 여성도 처음부터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결혼을 하고 남성이 전업주부가 되었다고 할 때 “남자가 돼가지고 왜 그래?”라는 어느 여성의 말도 여성 혐오입니다. 상황에서 비하되는 개인은 남성이지만 결국 여성성을 하등하게 여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32
"평등은 차별이 사라져야 오는 것이지, 남성도 억울하다고 해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 상쇄되지는 않습니다. 기울어진 사회를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은 기울기를 바꾸는 것뿐입니다. 가부장제의 폐해로 인해 남성이 지게 되는 부담은 이 기울기가 커질 때 함께 커집니다. "
p.138 ~ p.139
"당신을 침해하는 말을 가로막으면 당신은 그 즉시 그리고 결과적으로 조금 덜 침해됩니다. 그저 각 집안문제로 치부되던 가부장의 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남녀 간의 연애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성범죄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것도, 남자들의 부적절한 말 뒤에 ‘그런 말 하면 요즘은 큰일 난다’는 한마디가 따라붙게 된 것도 모두 이 가로막음이 모여 생겨난 성과입니다."
p.178
"페미니즘이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권력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일 뿐이며, 페미니스트는 그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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