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깊이에의 강요
아픈 몸을 살다 본문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봄날의책.
조금 심한 편인 편두통과 이석증. 위중한 병을 앓는 것은 아니지만 약도 없다는 말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내 몸을 사랑하며 살다가 증상이 오면 잠시 누워 쉬고 또 내 삶을 살아가면 되는 일. 아픈 것도 나고 건강한 것도 나고 회복해 가는 것도 나다.
며칠 앓으면서 조금 두려웠고, 입원한 동안 낫기를 바라는 마음 만큼 내 빈 자리로 인해 바빠질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나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이 컸다. 이 책을 읽으며, 아플 만큼 열심히 산 나 자신을 제일 먼저 다독여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생각한다.
입원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손에 잡히는 책을 가방에 던져 넣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인용처럼, 문이 닫히자 열린 창 같은 거였다.
아픈 이와 돌보는 이가 함께 가는 삶. 회복하려 애쓰는 나와 병원 사람들과 병원 공동체 수녀님들, 내몫을 기꺼이 나눠 가지며 빈자리를 메워 주면서도 나를 기억해주는 내 공동체 수녀님들, 염려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삶. 나를 아끼고 내 주위 사람들도 아끼며 사는 법을 더 배워야겠다.
p.30
"이야기를 꺼내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주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없을 때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즉시 말로 표현이 안 될 때가 가장 절박하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이 없다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
・・・
p.32
"질병은 삶을 위협하지만 살아갈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기도 한다. 얼마나 고통스럽든 얼마나 아픈 것을 피하고 싶어 하든 상관 없이 우리에겐 질병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
p.39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 배웠어야 했지만, 취약함을 부인함으로써 나는 오히려 더욱 취약한 상태로 남았다. 우리는 취약한 생물이고, 인간들은 바로 이 취약함을 공유한다.
"
・・・
p.39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희망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취약한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 안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만 또렷하게 분별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또렷하게 분별 한다는 것은 어디서, 무엇을, 누구를 선택 하는 문제를 넘어, 모든 활동의 한가운데서 살아있음을 확인 하는 것이다."
・・・
p.54
"통증에게는 얼굴이 없다. 통증은 밖에서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통증은 바로 내 몸,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신호를 보내는 내 몸이다. 통증과 씨름하는 일은 몸 바깥에 있는 무언가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이 몸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
p.57
"나중에 더 심하게 아프게 되었을 때는 밖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의 능력과 그들 몸 안의 자유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길 바랐다."
・・・
p.58
"통증은 원래 나를 돕기 위해 생겨났다 무언가를 바뀌어야 한다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내 몸, 그것이 바로 통증이다."
・・・
p.59
"표현할 수 없는 통증 속에서 아픈 사람은 고립되며, 입을 다물면서 추방되었다고 느낀다. 어떤 형태로 표현되든 일단 표현된 말은 다른 사람을 향한다. 곁에 아무도 없을 때라도 그렇다."
・・・
p.68 ~ p.69
"질병이나 죽음 때문에 사라진 것을 애도하는 일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긍정한다. 충분히 애도한 후에야 한 사람은 상실을 통과하여 다른 편에 있는 삶을 발견할 수 있다. "
・・・
p.68
"사람들이 애도와 관련해 겪는 문제는 대부분 상실이 겹쳐서 생기기보다는 상실한 사람이 그만 슬퍼하길 주변에서 바라기 때문에 생긴다. "
・・・
p.70
"경험 간의 차이를 인식 할 때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제대로 마음 쓸 수 있다. "
・・・
p.77
"돌보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 느끼는 공포가 전부 ‘그만의 것’이며 어떤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저 공포 단계를 지나고 있을 뿐’이라는 식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아마 아픈 사람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
p.114
"두려움과 우울은 삶의 일부다. 아플 때 겪는 ‘부정적인 감정’이 따로 있지 않다. 살아내야 하는 경험들이 있을 뿐이다. "
・・・
p.115
"힘든 순간에 필요한 것은 부정이 아니라 인정이다. 아픈 사람의 고통은 치료될 수 있든 없든 인정되어야 한다. 가장 아팠던 시기에 내가 원한 반응은 “네, 우리는 당신의 고통을 압니다. 우리는 당신의 두려움을 받아들입니다.”였다."
・・・
p.142
"야곱의 씨름은 고된 노력이지 싸움이 아니다. 야곱은 이기지만 자신의 어두운 면을 물리침으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겨루고 있는 자가 하느님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이긴다. 야곱은 상대를 패배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상대 안에서 신성을 발견한다."
・・・
p.143
"질병은 다른 누군가에 맞서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길고 고된 노력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남아서 승리하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 승리한다. 아픈 사람과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암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암과 씨름해야 하며, 의지대로 되었는지보다는 이 ‘씨름’이 이미 온전하다는 믿음을 중요시해야 한다."
・・・
p.144
"야곱은 어둠의 자아 또한 신의 얼굴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이 역설을 발견함으로써 그는 온전해진다. "
・・・
p.165 ~ p.166
"인간의 고통은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견딜 만해진다. 누군가가 우리의 고통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고통을 보낼 수 있다. 고통을 알아봐주면 고통은 줄어든다."
・・・
p.173
"암이 있는 사람에게 성격 때문에 암이 생겼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로하는 사람인 척하지만 사실은 비난하는 사람이다. "
・・・
p.180
"질환은 먼지일 뿐인 우리 몸의 일부다. 우리가 삶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질환이 우리 몸의 일부라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인간이기에 온 힘을 다해 질환에 맞서지만, 또 인간이기에 우리는 죽는다. "
・・・
p.180
"욥이 비난하는 친구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난 후 신이 욥에게 답한다. ‘왜 불행이 닥쳤는가’에 대한 답은, 욥에게 물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욥은 그저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불행이 닥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190
"질병의 궁극적인 가치는, 질병이 살아 있다는 것의 가치를 가르쳐준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아픈 사람들은 동정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치 있게 여겨져야 하는 존재가 된다."
・・・
p.190 ~ p.191
"죽음은 삶의 적敵이 아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다. 또 질병을 계기로, 삶을 당연시하며 상실했던 균형 감각을 되찾는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 균형 잡힌 삶이 어떤 것인지 배우기 위해 우리는 질병을 존중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존중해야 한다."
・・・
p.195
"나아야한다는 이상은 또한 낫지 못하는 사람들은 밀어내고 깎아 내린다."
・・・
p.195
"아픈 사람들의 책임이 낫는 일이 아니라면 그들의 진정한 책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고통을 목격하고 경험을 표현하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픈 사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은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은 보고 듣는 것, 이는 사회 안에서 양측 모두의 책임이다. "
・・・
p.201 ~ p.202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질병을 잘 표현하는 이들이 질병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자기 삶을 충만하게 산다는 것 뿐이다. "
・・・
p.202
"질병이 없는 인생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 역설적이지만, 질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는 이들에게도 질병은 똑같이 고통스러워야 한다. "
・・・
p.228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할 때 질병은 위험한 것이 된다. 기회는 아픈 사람과 주위 사람들이 자신이 취약하다난 사실을, 또 안간이기에 취약함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고자 하는 순간에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