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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동네 산책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동네 산책

하나 뿐인 마음 2016. 12. 2. 08:25

요새 몸상태가 너무 별로인지라, 좀 걷고 물을 많이 먹기로 했다. 그동안 쉽게 여기고 귀찮아했던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겨우 삼일째이긴 하지만. 내겐 평지가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조그만 산이긴 해도 산 안으로 들어가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 산을 돌기도 했다. 이틀 째인 오늘 처음으로 걸어보닌 길로 들어섰더니 신비로운 정도로 조용하고 예쁜 길이 나타났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춥고 바람부는 길을 걷다가 모퉁이 하나만 돌아서면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지나치고 싶은 길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길이 나타난다는 게 위로가 되던 순간. 사람 사는 것도 이럴 거라 순진하게 바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내고는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그 길 끝을 돌아서 나타난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곳.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면서도 조용하고 아늑했다. 늘 오가던 사람들은 나처럼 머물지 않고 지나쳐갔지만, 처음 온 나는 한참을 머물렀지. 며칠 더 돌다보면 나도 이곳을 그냥 지나쳐가겠지. 눈부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평범한 일상이 되고, 감동을 주던 순간도 배경이 되어가겠지.


그리고 작은 다리. 몇 번이고 건너가 보고 싶은 다리. 가만히 생각해보면 굳이 다리를 건널 이유가 없는 곳에 다리가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하지만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고 삶을 포기한 채 수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때, 이렇게 소소한 일들을 가끔씩 누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을 바라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도 힘빠져서 귀막고 눈감고 싶을 때, 이거 보면서 위로 받고 힘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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