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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만들어진 신

하나 뿐인 마음 2016. 11. 30. 21:41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나는 다른 면에서는 지극히 세속적인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걸머지지 않은 특권을 누린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자연은 푼돈까지 일일이 세고, 칼같이 시간을 따지며, 가장 미미한 사치까지 꾸짖은 인색한 회계사다. 다윈이 설명한 것처럼, 가차 없고 쉴 새 없이 "자연성이든지 모든 변이, 가장 사소한 변이까지 찾아내기 위해 매일 매시간 세계를 샅샅이 훑는다." "나쁜 곳은 버리고 좋은 곳은 보존하고 추가하며, 언제 어디에서든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없이 눈에 띄지 않게 유기적 존재의 개선에 힘쓴다." 어떤 야생동물이 습관적으로 어떤 쓸데없는 행동을 한다면, 자연선택은 시간과 에너지를 생존과 번식에 투자하는,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개체를 선호할 것이다. 자연은 경박하고 기발한 착상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설령 늘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냉혹한 실용주이와 이긴다. 


난 유아세례를 받은 신자기에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의 권고에 의해 시작했고 권고를 강요라 회상하지 않고 선물이라 추억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내게 있어서는, 그 처음의 기억은 시작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하느님, 예수라는 존재는 내가 '믿고 싶은' 존재였다. 새하얀 미사보도, 엄숙한 성체성사도, 우아한 그레고리안 성가도 아닌, 성경에서 읽은 예수라는 인물(인격적 예수) 알고 믿고 따르고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강생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스피노자를 언급한 아인슈타인이 무신론자임을 계속 설명하는데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인간의 운명과 행위에 관여하는 신이 아니라, 존재의 질서 있는 조화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도킨스는 예수에 국한된 이미지를 종교라 생각하고 있는데 모두 신의 이미지다. 신이 창조한 세상은 거대한 도미노가 아니라 능소화 그루요, 시냇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워 놓은 대로 착착 넘어지며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굽이굽이 흐르며 멈춘듯 잠잠하다가 몰아쳐 흐르기도 하고 주위의 것들을 키우기도 하고 쓸어버리기도 한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변한다). 단 하나, 한 곳으로 흐른다.


신학자들은 가치 있는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은  안했으면 좋으련만... 여튼 도킨스가 만난 종교인들은 전쟁광, 안하무인의 고위관리자, 편협하고 고리타분한 교수, 광신자요 정신이상자 뿐이던가. 설명하려는 사람들과만 했으니 묵묵히 보여주는 이들 어쩌면 그것마저도 하지 않는 이들은 만나지 못했나. 중간에서도 한참 치우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안타깝기도 했다. 


재밌는 대목이 많았는데 하나가, 기도를 하면(원하면???) 기도가 말한대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신이 기도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는 . A 위한 기도가 A에게 골인하는 것이 기도일까. 나같이 내세울 하나 없는 그저그런 수도자도 그런 기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기도는 자판기가 아니란 말이다. 돈을 넣고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자판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도킨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예전 서양 선교사들이 남겼던 부정적 영향에 관한 내용들이 생각난다. 지나치게 주관적 판단으로 상황을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지식에 대한 추앙에 비해 다른 것들은 그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 


나는 도킨스가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지, 무엇보다 어떻게 사랑 받고 사랑하는지 궁금해졌다. 그저 호르몬의 작용 결과인지, 뇌의 일시적이고도 비합리적 작용으로 인한 것인지 . 사랑에 있어 메카니즘에 있어 비합리적 현상이라면, 신경 활성 물질들이 특별한 상태를 이루는 등의 독특한 상태라면 사랑은 되고 종교는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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