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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응원한다는 말의 의미 본문
발목을 접질렀는지 절뚝 거리며 ㅊㅁ이가 할머니랑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마에 땀도 송글송글. 집안 형편상 평일미사를 잘 오기 어렵고, 할머니 말고는 자신을 챙겨줄 사람도 없는 ㅊㅁ이가 평일미사에 온 것이 너무 신기했다. 다리를 왜 절뚝거리는지부터 물어본 후 "평일미사에 왠일이야? 오늘 너무너무 더운데...." ㅊㅁ이도 신경이 쓰였지만 뒤따라 오신 할머니도 보통 힘드신 게 아닐 터. ㅊㅁ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ㄱㅇ가 복사를 선다고 해서 응원왔어요." 웃음 띠며 쪼르르 성수대 앞으로 달려가 기도한 후 성당문을 열고 자리를 잡던 ㅊㅁ이.
ㅊㅁ이는 몸이 불편하신 아빠와 베트남 엄마, 할머니와 살고 있다. 아빠는 몸도 마음도 불편하셔서 ㅊㅁ이가 성당에 나오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첫영성체도 시키고 싶어하지 않았고 당연히 첫영성체를 하는 당일에도 성당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 엄마는 아직도 한국말도 서툰 데가 아기를 가진 상태. 오직 할머니만이 ㅊㅁ이를 데리고 겨우겨우 나오신다. 아빠의 반대, 엄마는 ㅊㅁ이를 챙기는 것이 어렵고 할머니는 여든을 바라보신다. 첫영성체를 시작할 때도 일단 성당까지 데려다만 주시면 나머지는 내가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첫영성체를 시키겠다고 조르고 설득했던 터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적응한 ㅊㅁ이를 보며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냈고 어르고 달래서 복사를 시켰다. 할머니와 ㅊㅁ이는 한여름 폭염에도 매일 미사를 나왔고 드디어 첫복사를 서는 날, 아빠도 엄마도 성당에 왔다. 살가운 편이 아니라 어른들과 친해지려는 마음도 별로 없고 가질 수 없는 것엔 포기도 빨랐던 ㅊㅁ이가 복사단에 조금씩 욕심을 내었고, 난 어떻게든 성당을 맘편한 곳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빠까지 성당에 온 첫복사 서던 날, 교리교사들도 무더기로 나와서 박수를 쳐 주었다. 간식 받아들고 제의실을 나서다가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던 때 ㅊㅁ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아!"하며 신음인지 감탄인지 모를 말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했었지.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에 묻혔던 그 ㅊㅁ이의 목소리와 어리둥절한 웃음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 ㅊㅁ이가 친구의 응원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아무 의무도 없는 평일미사를 온 것이다. "응원왔어요."하던 ㅊㅁ이의 눈망울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응원의 의미를 알게 된 ㅊㅁ이와 의미를 알려주신 그분께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
ㅊㅁ이의 미래가 녹록하지 않을까봐 난 걱정을 했다. 아니 지금도 걱정을 하고 있다. 기우일 수도 있겠자만 현실은 그리 내 걱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ㅊㅁ이가 친구를 응원하려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응원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값진 체험이요 보물인지를 더욱 많이 체험하고 깊이 만끽하길 바란다.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의지할 첫째가는 힘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쉬 사그라들지 않는 힘과 위로가 되길 기도한다.
오랜 만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살다보면 이유 없이 이런 날도 있는 법. 잠들지 못해 뒤척일 수도 있었을 오늘, ㅊㅁ이를 기억하고 기도할 수 있어 불면마저도 감사한 밤이다.
그나저나 다섯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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