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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함께 산다는 것 본문

vita contemplativa

함께 산다는 것

하나 뿐인 마음 2015. 12. 26. 16:29



함께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성탄이었습니다.

글쎄요... 살면 살수록 모르겠고, 생각해 볼수록 더욱 모르겠습니다.


성탄이 다가올수록 할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지니 수녀원을 오가는 걸음이 분주해지지요.

식당에 구유가 꾸며진 걸 보고서야, 비로소 아... 내게도 성탄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잰 걸음으로 지나치던 나를 멈추게 한 성탄 구유를 보며 생각합니다.


구유가 주는 따스한 위로를 굳이 찾고 싶어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또 생각을 했지요.

서로 어울리기엔 너무나 제각각인 구유.

꽃은 너무 크고 구유와 그 안의 예수님, 요셉, 마리아는 너무 작고 솔방울과 나무의 크기가 비슷하고...

예, 서로 어울리기엔 정말 너무나 제각각이었습니다.


꾸며서 예쁜 게 아니라 어울려서 예뻤습니다.

크기도 종류도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서 예쁜 구유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그저 자신으로 있기만 하면, 이렇게 어울릴 수도 있다는 걸

왜 자꾸 잊고 살까요.


너무 다르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며 마치 함께 있으면 절대 안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지레짐작 생각하고, 전체를 바라보지 못한 채 내 옆에만 눈길을 줬나 봅니다.

나랑 있기에 너무 크잖아, 나랑 있기에 너무 강하잖아, 나랑 있기에 너무 생뚱맞잖아...


어울림으로 초대하시는 당신의 목소리를 이제 겨우 알아듣습니다.

부르시는 곳으로, 나지막히 들려주는 말씀따라 가보려고 합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장 약한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제 안에 태어나소서.

온 세상이 구유처럼 서로 어울리도록 저희를 모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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