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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5월의 애도(哀悼)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5월의 애도(哀悼)

하나 뿐인 마음 2015. 5. 22. 09:18

 

사별(死別)의 아픔은 대상을 더 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 기억과 감정은 여전히 진행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게다가 슬픔과 뒤범벅되어 신체적 통증까지 동반한다. 나 개인적으로 사별의 고통은 주로 쇄골 위쪽 언저리에서 일어나며 외부 압박인지 내부 압박인지는 구별하지 못하지만 숨을 쉬는데 관계되는 기관들을 마비시킨다.

 

사별하기 전에는 '사랑한다'는 동사가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갈 수 있었지만 사별 후에는 현재형과 미래형만 가능하다. 현재의 사랑 정도가 하도 애틋하여 인생 구석구석 끝 간 데 없이 미친다. 더 이상 사랑했던이가 될 수 없고 사랑하고있으며 앞으로도 사랑할수밖에 없는 대상이 된다.

 

4월은 4.16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애도하느라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세를 바꿀 때마다 현기증처럼 우울이 찾아왔고, 며칠 전 5.18에 대한 상념들로 두통처럼 우울을 앓았다. 늘 그렇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한꺼번에 닥치는 5월이 시작되자마자 행사를 치르듯 며칠을 앓아누웠다.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을 생각한다. 끝말잇기를 위해 다음 단어를 생각하듯 서둘러 내가 믿는 신이 약속한 부활과 하늘나라가 떠오르지만, 감당할 수 없었던 그 슬픔을 싹 가시게 해줄 벅찬 기쁨을 상상하긴 쉽지 않다.

 

그러고보면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죽은 자식은 가슴에 묻어야 하는 거라던 어느 국회의원의 말은 얼마나 망발인가. 자식만이 아니라 모든 사랑하는 죽은 이들은 가슴에 묻히는 게 아니라 이별의 순간부터 내 가슴에 살아남아 하루에도 수십 번 나의 이름을 부른다. 소리 없이 들리는 그 부름에 소리로 대답할 수 없는 이 모진 운명을, 하늘에 기대지 않고 어찌 다 살아낼 수 있을까. 휴...

 

주여, 이 모진 세월에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되갚아주고 싶은 이들에게는 당신의 자비가 미치지 않았으면 하고 잠시나마 바랬던 저에게도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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